하우스 음악에 심장이 뛰는 이유

키키부터 하투하까지 케이팝에 돌아온 하우스

하우스 음악에 심장이 뛰는 이유
이미지 출처: 키키 공식 인스타그램

요즘 유행하는 K-POP 아이돌 그룹 키키의 <404 (New Era)>를 들어보았나요? 한번 들으면 “404 new era era” 하는 멜로디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반복되는 리듬이 매력적인 하우스 음악은 최근 K-POP 씬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세련된 미래를 떠올리게 하는 하우스 장르는 사실 197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과거의 음악입니다. 어떻게 과거의 것을 불러와 가장 트렌디한 음악이 될 수 있었을까요? 40년 전 음악이 자꾸 우리의 귀를 사로잡는 이유를 만나보세요.

하우스 음악이란?

프랭키 너클스, 이미지 출처: VISLA Magazine

하우스 음악의 시작은 1970년대 미국의 한 클럽이었습니다. 시카고에 웨어하우스(Warehouse)라는 클럽이 문을 열었을 때, DJ 프랭키 너클스가 독특한 사운드를 들려주며 이름을 알렸는데요. 프랭키의 음악을 클럽의 이름을 따 ‘하우스 음악’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프랭키의 음악에서 출발한 하우스는 디스코의 후손이자 일렉트로닉 댄스음악(EDM)의 가장 오래된 장르로 발전해 왔습니다. 특히 1980년대에 신시사이저, 드럼 머신 등 기술이 발전하면서 하우스 음악은 더욱 다채로워지고 큰 인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프랭키 너클스 Boiler Room London DJ 공연, 동영상 출처: Boiler Room 공식 유튜브

영상 속 프랭키의 하우스 음악을 들어보세요. 반복적인 리듬과 멜로디가 이어지는, 머리가 아닌 몸으로 느끼게 되는 음악입니다. 4/4 박자에 일정한 속도로 킥 드럼 소리가 들려옵니다. 드럼 머신이 만들어내는 박자 위에 베이스와 피아노 리프가 반복되면서 루프를 만듭니다. 가사도 단순하고 반복적인 경우가 많죠. 반복 속에서 새로운 악기가 추가되거나 빠지면서 한 층 한 층 쌓여가는 재미가 느껴집니다.

하우스 음악은 주로 118에서 130bpm의 템포를 특징으로 합니다. 이 속도는 사람이 가볍게 운동을 하거나 기분이 좋아 흥분했을 때의 심박수와 유사합니다. 평소보다 살짝 빠른 템포가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며 쾌감을 느끼게 합니다.

 

키키: 매끄럽고 차가운 질감의 하우스

키키 <404 (New Era)> 뮤직비디오, 동영상 출처: 스타쉽 및 키키 공식 유튜브

최근 K-POP에 하우스 음악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가장 원초적으로 흥을 올릴 수 있는 리듬과 반복이 주는 안정성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죠. 키키(KiiiKiii)의 <404 (New Era)>가 대표적입니다. 발매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멜론 TOP100 1위를 기록하고, 음악방송에서도 1위를 연달아 수상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키키의 404 (New Era)는 과거 하우스 음악의 특징이 단번에 느껴집니다. 일정하게 이어지는 박자와 루프, 계속해서 반복되는 가사를 통해서 말이죠. 이렇게 하우스의 핵심적인 매력인 ‘반복성’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키키만의 새로운 해석을 더했습니다. 과거 음악에 있었던 거친 느낌을 없애 듣기 편하게 만들고, 베이스라인을 세밀하게 표현해 차갑고 세련된 분위기를 완성합니다.

반복되는 가사에도 키키의 이야기가 더해졌습니다. 음악의 도입부 ‘404, not found in the system’은 웹에서 오류가 발생했을 때 등장하는 화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여기서 키키는 기존 시스템에는 없는, 아직 정의되지 않은 새로운 시대(New Era)를 만들어 가겠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가사 속에 등장하는 ‘좌표 밖의 지점’을 따라갑니다.

 

키키 <Delulu> 트랙 필름, 동영상 출처: 스타쉽 및 키키 공식 유튜브

같은 앨범 속 <Delulu>는 하우스 음악을 넘어 그 이미지까지 새로운 방식으로 재현합니다. 하우스 음악이 탄생한 미국의 클럽은 어둠 속에서 반복되는 조명과 네온사인, 형광 색감이 감싼 공간이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함께 모여 춤을 추는 집단적인 리듬이 담긴 이미지입니다.

키키 멤버들이 어둠 속에서 화려한 조명 아래 춤을 추는 모습은 하우스의 이미지와 닮았습니다. K-POP 퍼포먼스에서 자주 등장하는 복잡한 안무 대신, 부드럽게 움직이는 몸을 천천히 보여주면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게 하는 하우스 특유의 리듬감을 담아냈습니다.

하지만 과거 하우스가 많은 사람이 모여 뿜어내는 집단의 열기를 보여줬다면, <Delulu>는 도시적이고 세련된, 인물 한 명 한 명의 음악으로 표현합니다. 하우스 특유의 클럽을 연상하게 하는 장면을 지나서 신비롭게 물에서 깨어나고, 사막을 질주하는 모습은 다시 한번 새로운 키키만의 시대를 열겠다는 다짐을 담아냈습니다.

 

하츠투하츠: 하우스와 K-POP이 만날 때

하츠투하츠 <RUDE!> 뮤직비디오, 동영상 출처: SM 및 하츠투하츠 공식 유튜브

하우스 음악을 선보인 하츠투하츠(Hearts2Hearts)의 <RUDE!>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RUDE!>도 하우스 음악의 특징인 반복되는 리듬, 흥을 올려주는 빠른 템포가 느껴집니다. 그런데 앞선 키키의 <404 (New Era)>와는 상당히 다른 인상을 주는데요. 하우스 음악을 얼마나, 어떻게 조합했느냐의 차이 때문입니다. 

키키의 음악이 하우스의 질감을 진하게 풀어냈다면, 하츠투하츠의 음악은 하우스에 K-POP 재료를 더 많이 넣은 혼합 장르라는 인상을 줍니다. 키키의 404 (New Era)을 다시 들어볼까요? 키키는

하우스 특유의 분위기를 끝까지 끌고 가는데 집중합니다. 후렴에서 감정을 크게 터트리거나, 곡 안에서 다채로운 변주를 주기보다 차갑고 매끄러운 느낌을 이어가죠.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박자에 리듬을 타며 음악의 분위기를 즐기게 됩니다.

 

하츠투하츠 스텔라 <RUDE!> 랩 파트, 동영상 출처: 하츠투하츠 공식 유튜브

반면 하츠투하츠의 <RUDE!>는 기승전결이 확실하고, 멤버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랩 파트가 많습니다. 하우스 음악의 특징인 반복성은 가져가지만, 변화가 계속되면서 하이라이트가 분명합니다. 화제가 된 멤버 스텔라의 랩 파트는 누가 들어도 ‘킬링 파트’라고 말할 만합니다. 가사 또한 누가 뭐라 해도 나는 지금 이대로가 좋고, 아무렇게나 춤을 추겠다고 말하면서 멤버마다의 통통 튀는 매력을 보여줍니다. K-POP의 익숙한 구조 안에 하우스 리듬을 가져온 것이죠.

 

XG: 뜨거운 에너지의 하우스

XG <Hypnotize> 뮤직비디오, 동영상 출처: XG 공식 유튜브

일본인으로 구성된 글로벌 걸그룹 XG의 <Hypnotize>는 또 다른 방식으로 하우스 음악의 매력을 느끼게 합니다. 제목인 Hypnotize는 최면을 걸다는 뜻으로 지금까지 이야기한 하우스 음악의 특징을 요약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빨려 들어갈 듯 계속되는 리듬이 가장 강하게 몰입감을 주는 곡이죠.

<Hypnotize>는 앞의 곡들보다 더 큰 에너지와 신나는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일정한 리듬과 반복되는 후렴으로 곡을 끌고 가면서, 주문을 거는 것처럼 속삭이는 보컬이 음악에 대한 집중도를 높입니다. Hypnotize라는 말이 반복되고, 듣는 이를 매료시켜 마음대로 움직이게 하리란 가사가 계속 되풀이되면서 에너지를 쌓아갑니다. 그뿐만 아니라 하우스에 현대적인 댄스 팝 요소를 섞어 신나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음악에 더 빠져들게 만듭니다. 

이렇듯 같은 하우스에서 출발했어도 어떤 요소에 집중했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음악이 탄생합니다. 키키가 도시적이고 차가운 질감을 표현했다면, XG는 열기와 흥분, 분출하는 에너지를 그렸습니다. 하츠투하츠가 하우스와 K-POP의 문법을 섞었다면, XG는 좀 더 하우스의 근본인 반복되는 구조에 주목했습니다.

 

지금 하우스 음악에 끌리는 이유

키키, 이미지 출처: Mnet

그렇다면 우리는 왜 지금 하우스 음악에 끌리는 걸까요? 앞서 소개한 곡들을 즐겨 듣는 2030 젊은 세대는 1980년대에 직접 하우스 음악을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과거를 추억하는 것이죠. 과거를 있는 그대로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 속에서 가공된 기억을 소비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자꾸만 과거를 상상하고 돌아보는 건, 안정적인 리듬이 불안한 세대를 달래주기 때문입니다. 하우스 음악은 익숙한 4/4박자로, 같은 루프가 반복되면서 일정한 템포가 유지됩니다. 다음 순간 어떤 새로운 것이 등장할지 긴장할 필요가 없습니다. 계속 예측 가능한 흐름이 이어지기에 마음 놓고 편하게 음악을 감상할 수 있죠.

 

이미지 출처: Chicago Magazine, 사진: Ratko Radojcic

정보가 넘쳐흐르는 시대에 새로운 트렌드와 기술은 금방 철 지난 것이 되어버리고, 모든 건 짧게 토막 나 자극을 주는 데 그칩니다. 불확실한 삶 속에서 잠시나마 안도감을 얻기 위해 하우스 음악을 찾는 것일지 모릅니다. 반복되는 음악은 생각을 멈추게 하고, 모든 것을 잊고 가볍게 리듬을 타게 만듭니다. 

변화한 시대는 창작의 의미에 대해서도 되새기게 합니다. 문화가 범람하는 지금,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드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익숙한 것을 새롭게 조합하고 배치하면 전에 없던 낯설고 새로운 감각이 탄생할 수 있습니다. K-POP은 과거의 하우스를 불러와 새로운 질감과 분위기, 이미지를 만들어냈습니다. 그 결과물은 오래전 하우스와 다른, 새로운 장르가 됩니다.

 


키키와 하츠투하츠, XG의 음악을 자꾸 반복해 듣게 되는 이유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단순히 음악이 좋아서, 반복되는 후렴이 따라 부르기 쉬워서 같아 보이지만, 하우스 음악에 대해 더 깊이 알아보면 다양한 이유가 숨어 있습니다. 하우스의 루프와 리듬이 우리와 얼마나 닮아 있는지, 무의식중에 편안함을 주는지 알 수 있죠. K-POP 그룹들은 하우스의 각기 다른 매력을 펼쳐 놓고, 익숙하거나 낯선 요소들과 결합해 한층 더 중독적인 음악을 탄생시켰습니다. 오늘은 그 음악을 들어보면서 어떤 부분에 가장 끌리는지, 그 이유는 무엇일지 생각하며 하우스 장르와 가까워질 수 있길 바랍니다.

  • What Is House Music?, ARMADA MUS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