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의 가장 자리에서 빛난 지역 독립 영화제 3곳

정동진, 무주, 울릉도에서 영화로 독립하기

균형의 가장 자리에서 빛난 지역 독립 영화제 3곳

본격 여름이 찾아오면서 전국엔 각종 행사로 가득합니다. 음악 페스티벌, 도서전, 영화제 등 각종 문화 행사부터 농산물 축제, 머드 축제 등 지역적 자원을 활용한 축제 등 다양합니다. 지역 고유의 풍경과 정서를 담아낸 행사는 사람들을 끌어모으며, 그 힘은 지역 균형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실현하기도 합니다.
지난 안티에그 아티클 ‘서울 밖 독립 출판 페어 3곳’에서는 지역의 역사와 숨쉬며 책으로 연결되는 만남의 장으로 서울 밖 독립 출판 페어가 소개됐는데요. 이와 비슷하게 지역과 함께 호흡하며 영화로 연결되는 만남의 장, 작은 지역의 독립 영화제를 소개합니다. 문화 소외 지역으로 분류되지만 오히려 지역이 가진 자원과 상상력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곳들입니다. 단순히 영화 관람 이상으로 낯선 지역과 영화를 발견하는 특별한 통로이자 지역을 경험하는 새로운 통로가 되는데요. 매년 여름 정동진, 무주, 울릉도 각 지역에서 균형의 가장자리를 지켜온 서울 밖 독립 영화제 3곳을 살펴보세요.


별이 지고 영화가 뜨는 바다에서,
정동진독립영화제

강릉 정동진은 해돋이 명소로 유명하죠. 매년 새해가 되면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로 붐비는데요. 그런 이곳에 여름이 되면 꾸준히 사람들이 찾는 또 하나의 명소가 있습니다. 바로 ‘정동진독립영화제’가 열리는 강릉 정동초등학교입니다. 바닷가라는 비일상적 공간과 초등학교 운동장이라는 영화를 보기엔 낯선 공간, 이따금 오고 가는 기차 풍경은 영화제를 즐기기에 충분한 이유를 제공합니다. 날이 좋으면 별을 보며 영화를 감상할 수도 있는데요. 관객들에게 도심에서는 느낄 수 없는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이미지 출처 : 정동진독립영화제 홈페이지

정동진독립영화제는 영화를 상영하는 자리를 넘어, 영화인과 관객이 교류하고 새로운 독립영화를 발굴하며 꽤 오랜 시간을 지켜왔습니다. 지역의 독립영화제로서는 쉽게 보기 힘든 성과라 할 수 있는데요. 매니아층을 이루며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건 독립영화에 대한 진정성과 더불어, 지역 주민과 함께 균형을 맞춰온 덕분일 거예요. 영화제를 통해 강릉과 정동진을 방문한 관객들은 지역 카페, 책방, 바닷가 캠핑을 즐기며 마을을 함께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영화제는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문화 매개체로 기능하며, 정동진이라는 작고 조용한 해변 마을을 문화적 명소로 탈바꿈시켰습니다. 대도시 중심의 문화 소비에서 벗어나 지역의 정체성과 독립성을 알리는 영화제가 된 것이죠.

이미지 출처 : 정동진독립영화제 홈페이지

올해도 정동진독립영화제는 계속 됩니다. 8월 1일부터 8월 3일까지, 강릉 정동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개최됩니다. 7월엔 강릉 지역 문화공간에서 ‘프리 시네마 투어’가 진행됩니다. 독립영화와 지역 곳곳을 즐기고 싶다면 방문해보세요.

정동진독립영화제 홈페이지


산골에서 가장 시끌벅적한 그 곳,
무주산골영화제

무주는 인구 2만 3천 명 남짓한 소도시이자 문화 소외 지역입니다. 하지만 영화제 기간에는 두 배가 넘는 3만 5천여 명의 관객들이 이 산골 마을을 찾습니다. ‘산골에서 영화를 보다’ 라는 콘셉트로 시작되어 자연을 배경 삼아 소풍 하듯이 영화 감상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무주산골영화제입니다.

이미지 출처 : 무주산골영화제 홈페이지

무주산골영화제를 찾으면 산골 작은 마을에서 이상할만큼 시끄러운 곳에 도착하게 됩니다. 자연과 숲밖에 없는 산골 무주까지 온갖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13년째 이곳을 찾는 관객들이 끊이지 않습니다. 규모나 인지도가 크진 않지만, 한번 무주를 찾은 관객은 매년 방문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작지만 단단한 영화제로 인식되어 있습니다. 이 영화제를 통해 무주는 단순한 자연 휴양지가 아닌, 찾아가고 싶은 문화 여행지로 자리 잡았고, 지역 주민과 방문객 모두가 주체가 되는 지속 가능한 지역의 축제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무주산골영화제 홈페이지

먼 길까지 찾아온 관객들에게 단순히 영화 감상과 자연만 제공하는 건 아닙니다. 감독과의 대화, 산골 토크 등 평소 보기 힘든 영화인과 만날 수 있는 자리와 등나무스테이지로 신설된 공간에서 음악 공연, 무성영화 라이브 연주 등 그 자체만으로도 풍성한 프로그램을 제공했습니다. 독립영화와 산골이라는 배경을 중심으로 관객들에게 기억에 남는 경험을 설계하며, 문화의 지역 균형을 실현해가는 무주산골영화제. 문화 소외 지역에서 스스로 문화의 주인공이 되어 독립적인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무주산골영화제 홈페이지


영화 보러 배 타고 들어가는 곳,
우리나라 가장동쪽영화제

‘가장 동쪽에서 뜨는 영화’를 내세우는 ‘우리나라 가장동쪽영화제’는 이름만 들어도 영화제 장소가 연상되는데요. 뚜렷한 지역 정체성과 차별화된 콘셉트로 시네필 사이 빠르게 존재감을 알리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우리나라 가장동쪽영화제 홈페이지

울릉도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 자체가 이미 여행이자 도전이 될 수 있습니다. 가는 길부터 남다르죠. 뱃길을 지나 도착한 섬에서 영화 상영은 이 영화제가 아니면 하기 힘든 경험일 것입니다. 파도 소리와 바다 특유의 냄새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야외 상영은 도심에서 영화 관람과는 다른 감각적 경험이 됩니다. 영화제는 섬 외부 관객을 위한 것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을 위한 맞춤형 상영, 워크숍, 지역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함께 마련해 섬의 문화력 자체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가장동쪽영화제는 독특한 장소성을 가진 이벤트 이상의 영화제입니다. 울릉도를 문화적 경험과 새로운 시도가 가능한 장소로 탈바꿈시키는 중요한 매개체가 됩니다. 이처럼 영화제를 통해 고립된 섬이 아니라 문화와 사람, 독립영화 이야기의 중심지가 되어갑니다.

이미지 출처 : 우리나라 가장동쪽영화제 인스타그램

올해 7회째를 맞이한 우리나라 가장동쪽영화제는 8월 8일부터 8월 10일까지, 울릉도 현포항 일대에서 열립니다. 울릉도에서 보여줄 새로운 시작과 도전을 함께 관람해보세요.

우리나라 가장동쪽영화제 인스타그램


독립영화제가 더이상 시네필만을 위한 자리는 아닙니다. 평소 즐기지 못한 문화적 경험, 낯선 장소를 방문해 지역 곳곳을 여행하는 관광, 영화를 관람하는 새로운 방식 등 다양한 의미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영화제로 관객을 끌어들여 지역 경제를 살리고, 마을에 활기를 주며, 새로운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처럼요. 이렇게 지역의 독립영화제는 관객에게, 영화인에게, 그리고 지역 주민에게 모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으로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고 언급했는데요. 이와 비슷한 관점으로 생각해보면, 지역 영화제를 관람하는 사람들도 가장 개인적인 것, 곧 지역적인 것에 끌리는 것 같습니다. 서울과 대도시의 영화제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 아닌 그 지역만이 가질 수 있는 풍경과 감성을 영화제로 채워나갈 때, 비로소 그 지역에서 균형 있게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