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게서 영감 받아 탄생한 명곡 5선

가족은 예술가의 제일 가는 영감

가족에게서 영감 받아 탄생한 명곡 5선

가끔 명곡의 탄생 비화를 들을 때면 참 재밌습니다. 진정한 예술가에게 영감이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것 같아요. 그 영감의 원천은 종종 ‘사람’이 되기도 하죠. 일상에서 공기처럼 함께 하는 가족 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가족의 소중함을 문득 깨달았거나, 새로운 일원이 탄생했을 때 등 느낀 사랑을 표현하고 기록하고자 이들은 노래를 씁니다. 오늘은 가족에게서 받은 영감을 토대로 쌓아 올려진 다섯 가지 명곡을 모아봤어요. 록, 재즈, 포크까지 모두 계절과 관계없이 찾을 만한 곡들이니 가족에 대한 변화의 순간을 맞이한 누군가에게 이 리스트를 건네보아도 좋을 거예요.

Fleetwood Mac – Landslide (1975)

이미지 출처 : 벅스 뮤직
Oh, mirror in the sky, what is love?
오 하늘 속 거울아, 사랑은 대체 뭘까?
Can the child within my heart rise above?
내 마음속 아이가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까?
Can I sail through the changin' ocean tides?
변화무쌍한 바다의 물결 너머로 나아갈 수 있을까?
Can I handle the seasons of my life?
내 인생의 모든 계절을 내가 감당해 낼 수 있을까?

다소 생소할 수 있으나, 역사상 가장 성공한 록 밴드 중 하나인 플리트우드 맥의 노래입니다. 소프트 록의 전성시대를 열었던 밴드로, 대표 음반 [Rumours]는 롤링 스톤 선정 500대 명반에서 7위를 기록(2020년 선정)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죠. ‘Landslide’는 보컬 스티비 닉스가 작사작곡한 노래로, 그녀는 많은 라이브에서 “This is for you, Daddy.” 라 말하며 노래를 시작합니다. 20대 후반,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던 어느 날, 로키 산맥의 산사태를 목격한 그녀는 ‘인생이란 한순간에 모든 일이 쏟아지는 산사태 같은 것’이란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요. 어떤 것도 확실하지 않은 인생 길, 그럼에도 용기 있게 앞서 삶을 살아갔던 아버지를 떠올리며 가사를 써 내려간 건 결코 우연이 아니었겠죠. 인생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 쏟아지는 것만 같을 때, 이 노래를 들어보세요. 자신의 감정을 진솔하게 전하는 스티비의 보컬과 아름다운 기타의 선율로부터 잔잔한 위로를 받게 될 거예요.

Bill Evans – Waltz for Debby (1957, 1962)

이미지 출처 : 벅스 뮤직

빌 에반스의 대표곡 Waltz for Debby는 들으시면 대부분 ‘아, 이 노래!’하실 정도로 잘 알려져 있죠. 그렇다면 이 노래의 주인공인 Debby의 정체는 알고 계신가요? 바로 친형 해리 에반스의 딸인 조카 ‘데비 에반스’랍니다. 데뷔 전 그는 조카 데비를 무척 아낀 나머지 조카를 위한 곡을 완성했습니다. 그녀는 빌 에반스의 다큐멘터리 영화 [기억된 시간: 빌 에반스]에도 직접 출연해 어린 시절 삼촌과 해변에 자주 놀러 갔다며 당시 추억을 회상하기도 했어요. 많은 이들이 이 곡을 빌 에반스 트리오의 앨범 [Waltz for Debby]의 수록곡으로 기억하지만, 사실 이 곡엔 오리지널 버전이 존재합니다. 빌 에반스의 데뷔 앨범 [New Jazz Conceptions]의 8번 트랙으로, 피아노 연주로만 이루어져 훨씬 담백하면서도 그만의 명랑한 사운드가 돋보입니다. 두 버전을 모두 소개해 드리니, 비교하며 들어보세요.

Waltz for Debby (1957, New Jazz Conceptions)

Waltz for Debby (1962, Waltz for Debby)

Carole King – Child of Mine (1970)

이미지 출처 : 유튜브 채널 'Carole King'
You don't need direction.
너에겐 방향을 알려줄 필요가 없어.
You know which way to go.
어디로 갈지 네가 알고 있으니까.
And I don't want to hold you back.
난 널 억지로 붙들고 싶지 않아.
I just want to watch you grow.
난 그냥 네가 자라는 걸 지켜보고 싶어.
You're the one who taught me.
날 가르치는 건 너야.
You don't have to look behind.
넌 뒤돌아볼 필요 없단다.

미국의 작곡가이자 가수 캐롤 킹의 노래를 소개합니다. 캐롤 킹은 ‘You’ve Got a Friend’란 대표곡과 함께 그래미 3관왕에도 올랐던, 20세기 가장 성공한 여성 싱어송라이터 중 한 명인데요. 이 곡은 1970년 그녀의 스튜디오 데뷔 앨범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어린 자녀에게 하고 싶은 말을 써 내려간 노래로, ‘네가 내 아이가 되어 정말 기쁘다’ 등 직접적이고도 따뜻한 표현으로 꽉 차 있답니다. 이처럼 사랑이 넘치는 가사는 그녀의 힘 있는 목소리를 타고 잔잔한 울림을 선사해요. 누군가의 부모로서의 삶을 선택한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명곡입니다.

John Lennon – Beautiful Boy (Darling Boy) (1980)

이미지 출처 : 벅스 뮤직
Before you cross the street
길을 건너기 전에
Take my hand.
아빠 손을 잡아.
Life is what happens to you while you’re busy making other plans.
네가 다른 계획을 세우느라 바쁠 때 일어나는 게 바로 인생이란다.

엄마의 노래를 들었으니, 이번엔 아빠의 노래도 들어봐야겠죠? 비틀즈의 존 레논이 아들을 생각하며 만든 ‘Beautiful Boy (Darling Boy)’입니다. 이 곡 또한 아들 션의 이름까지 가사로 등장하며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 표현들로 가득한데요. 존 레논 다운 경쾌한 멜로디와 귀를 간질이는 기타 소리가 함께 어우러져, 아빠로서 당시 그의 들뜬 마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폴 매카트니와 존의 아내 오노 요코는 모두 이 노래를 자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존 레논의 노래로 꼽았다고 하네요. 꼭 부모가 아니더라도 가사가 충분히 곱씹어볼 만한 내용인 데다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리듬으로, 아직 들어보지 않았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은 곡입니다.

김창완 - 어머니와 고등어 (1983)

이미지 출처 : 벅스 뮤직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한 귀퉁이에 고등어가 소금에 절여져 있네
(…)
어머니는 고등어를 절여놓고 주무시는구나
나는 내일 아침에는 고등어 구일 먹을 수 있네
나는 참 바보다 엄마만 봐도 봐도 좋은걸

우리에겐 CM송으로도 익숙한 이 노래, ‘어머니와 고등어’는 김창완의 첫 솔로 앨범 [기타가 있는 수필]에 수록된 곡입니다. 당시 정통 록 스타일을 고수하던 산울림 스타일과 달리 상대적으로 잔잔한 포크 송이 주로 담긴 앨범이죠. ‘어머니와 고등어’ 또한 기타와 보컬, 단출한 구성이 돋보입니다. 후에 김창완이 밝힌 후일담에 따르면, 실제로 냉장고 속 고등어를 보고 지은 노래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단지 ‘엄마의 고단함’을 주제로, 이를 달래 드리고자 곡을 써 내려갔다고 해요. 실제로 있지도 않았던 고등어를 소재로 삼아 이렇게 생생한 곡을 완성하다니 역시 예술가는 다르구나 싶습니다. 새벽에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늘 나를 위해 음식을 준비했을 엄마의 손길이 자연히 떠오릅니다. 여러분께 ‘고등어’는 무엇이었나요?

이번 글을 쓰기 위해 많은 곡을 후보로 검토했습니다. 그 중엔 스티비 원더가 딸을 두고 썼다는 ‘Isn’t she lovely’와 에릭 클랩튼이 아들을 잃고 썼던 ‘Tears in heaven’도 있었고요. 가족이 선사하는 기쁨도, 슬픔도 예술가들 앞에선 단 하나뿐인 근사한 소재가 된다는 게, 그렇게 감정을 승화한다는 게 참 놀랍습니다. 고맙게도 그 승화의 결과를 우리는 지금도 열심히 음미하고 있네요. 이중 어떤 노래가 여러분의 마음을 움직였나요? 조금이라도 마음이 동했다면, 오늘만큼은 가족에게 먼저 연락해 보세요. 쑥스러움을 이기기 위해서 노래 링크를 먼저 보내는 것도 좋겠어요. 분명 듣는 이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