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락페러를 위한 페스티벌 입문서

지난해, 페스티벌만 10번 넘게 간 이유 (feat. 락・재즈・제이팝)

여름만 되면 스크린타임이 줄어듭니다. 핸드폰보다 흥미로운 '페스티벌'이 시작되기 때문이에요. 이 글을 쓰기 전에 세어보니 작년에만 10개 이상의 페스티벌에 다녀왔습니다. 페스티벌을 이렇게 많이 갔지만, 페스티벌이 결코 제 '일상'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곳에서는 언제나 특별한 일이 일어나거든요.

“네가 특히 잘 놀아서 그런 거 아냐?” 하는 질문에 “초심자도 잘 즐길 수 있어!” 하는 자신감으로 페스티벌의 정수만 쏙쏙 골라 소개할게요. 하나둘 라인업과 일정이 나오고 있으니 이제부터 친구들과 "내가 좋아하는 그 팀도 나오나?" 살펴보세요.


페스티벌 가서 춤춰요

페스티벌 현장에서는 몸치도 춤을 춥니다. 2025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의 슬로건 문구 “춤추고 노래하고 얽히자!”처럼 모두 그렇게 우스꽝스럽지만 사랑스럽게 얽힙니다. 같은 순간에 “어이!” 하는 추임새를 넣고 리듬을 타다 보면 옆사람과 자연스럽게 짝짜꿍을 하게 돼요. (물론, 구석에서 혼자 춰도 되고요.) 미션은 단 하나: 일상에서 유지하던 그럴싸한 가면을 집어던지고 노는 거예요.

언젠가 한 번 페스티벌에서 직장 동료와 잠시 접선했습니다. 일할 때는 늘 단호한 표정이던 그는 그날만큼은 연신 ‘덥다’고 말하면서도 여유로워 보였어요. 저녁 즈음 한 무대 근처에서 다시 발견한 그는 온힘을 다해 춤추고 있었습니다. 저도 자연스럽게 그 옆에서 춤을 췄고요. 페스티벌은 그런 힘이 있습니다. 꾸며낸 자아에서 벗어나 ‘오늘만의 페르소나’를 골라 행동할 수 있어요.

사진 출처: 원더리벳 공식 인스타그램 @wonderlivet

다른 팀을 보러 갔다가 우연히 다른 사랑을 찾는 것도 페스티벌의 매력인데요. 2025 원더리벳 페스티벌에서 일본 가수 ‘무라사키 이마’를 만났습니다. 숏폼에서 댄스 챌린지 곡으로 흥했던 ‘마성의 여자 A’ 정도만 알고 있던 아티스트였는데요. 실제 공연을 보니 관객을 휘어잡는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와 반했습니다. “막상 보니 라이브를 훨씬 잘하네?”, “이런 장르 의외로 재밌네?” 하는 발견으로 페스티벌 후에는 항상 플레이리스트가 두둑해집니다.

한국 페스티벌 씬은 코로나 이후 ‘새내기 락페러’의 유입이 많아졌어요. 수요가 늘어나니 종류도 늘어났고, 각 페스티벌의 개성도 뚜렷해지는 추세예요. 피크닉처럼 즐길 수 있는 세종보헤미안뮤직페스티벌부터 온몸이 흠뻑 젖는 인천 펜타포트 락페스티벌까지 장르와 분위기도 다양해요.

최근에는 경기도 킨텍스에서 여는 실내 페스티벌도 많아지고 있어요. 더위에 취약한 사람도 페스티벌의 분위기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된 거예요. 취향에 꼭 맞는 페스티벌을 찾기 더 쉬워진 거죠.


야무지게 즐기는 법

필자는 명확한 예매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고 싶은 2팀, 궁금한 1팀이 뭉쳐있는 날로 예매를 하는 건데요. 공연 며칠 전부터는 라인업의 다른 가수들 노래를 미리 들어봅니다. 스포티파이나 애플뮤직에 공식으로 올라오는 플레이리스트를 참고하기도 하고요.

듣다가 마음에 드는 팀은 기억해 두었다가 타임테이블에 표시해요. (1) 꼭 보고 싶은 팀 (2) 시간과 체력이 남으면 보는 팀을 기록해두면 그날 동선을 계산하기 쉬워집니다. 페스티벌은 넓은 부지에 무대가 2개 이상으로 나뉘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시간 안에 이동할 수 있을지, 밥 때를 잘 챙겼는지 고려해서 일정을 짜야해요. 중간중간 물과 밥 보충은 필수입니다.

사진 출처: 부산락페스티벌 공식 인스타그램 @busanrockfest

준비물은 보조배터리와 생수 정도예요. 한여름이라면 모자와 선크림도 있어야 하고요. 저는 운동용 기능성 상의에 주머니 많은 바지를 주로 입고, 신발은 무조건 편한 운동화를 신습니다. 여기서 꿀팁! 그날의 타임테이블을 잠금 화면으로, 공연장 지도를 배경화면으로 설정해두면 틈틈히 효율적인 동선을 짤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입장하고 싶은 시간보다 최소 1시간 30분은 빨리 현장에 도착하는 게 좋습니다. 도착하면 손목팔찌를 바꾸고 → 입장줄에 서야 하는데 간혹 줄 정리가 원활하지 않은 페스티벌에서는 이 과정에서 시간이 지연되거든요. 시간을 딱 맞춰 갔다가는 원하는 팀을 못 볼 수도 있으니, 여유를 두고 출발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사진 출처: 펜타포트 락페스티벌 공식 인스타그램 @pentaportrf

혼자 가도, 둘이 가도, 열 명이서 가도 좋습니다. 취향에 따라 즐기면 그만이에요. 몇 년 전 서울숲재즈페스티벌에서 1인용 돗자리 위에 누워 홀로 책을 읽는 분을 봤었는데, 그 순간을 오롯이 흡수하고 있는 게 느껴졌어요. 반면 여럿이 가면 공연을 함께 보거나 숙소를 잡을 때 선택지가 늘어나서 좋아요.

페스티벌에는 음료수, 화장품, 생활용품 등 후원사 부스도 많이 들어오는데요. 본품을 사은품으로 주는 행사도 많아서 한 곳을 노려놨다가 입장하자마자 줄을 서서 ‘꿀 아이템’을 받아와보세요. 성공하면 괜히 뿌듯해집니다.


2026년에는 어딜 갈까?

올해 관람하기로 확정한 페스티벌은요:

  • 5월 서울재즈페스티벌: 서울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열리는 한국 최대 규모의 재즈 페스티벌입니다. “지금 못 보면 언제 또 볼 수 있을지 몰라” 싶은 해외 재즈 아티스트들이 주로 내한하는데요. 올해 라인업도 심상치 않습니다.
  • 5월 아시안 팝 페스티벌: 대만・일본・뉴질랜드 등 가깝지만 생소한 아시아권의 아티스트들의 내한 무대를 만날 수 있습니다. 국내 캐스팅에서는 서브컬처 음악을 놓치지 않으려 신경 쓰는 편이고요.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에서 개최합니다.
사진 출처: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공식 인스타그램 @dzmpeacetrain
  • 6월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강원도 철원 고석정 인근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입니다. 감각적인 이미지와 슬로건은 물론, 지역 주민들과 상생하는 운영 방식으로 페스티벌 팬들의 호평을 들어왔어요. 피스트레인의 묘미는 ‘분비자(=분수+이비자)’와 고석정이에요. 디제잉 부스가 설치된 분수에서 물을 맞으며 놀다가 고석정에서 바람을 맞으며 누워있으면 지상낙원이 따로 없습니다.
  • 9월 부산 락페스티벌: 2025년에 갔던 페스티벌 중 인원 대비 운영이 가장 부드러웠던 페스티벌입니다. 막힘없이 술술 진행되는 페스티벌은 은근 희귀해서, 그 경험만으로도 이 락페를 기다리게 됩니다. 지역 페스티벌인 만큼 부산 출신 가수들을 많이 부르는 것도 매력이고요.

이 글을 가이드라인 삼아 인생 첫 페스티벌을 올해 도전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어느새 당신께 꼭 맞는 페스티벌을 찾을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