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협화음이 만든 가장 아름다운 앙상블

'다름'으로 완성한 끈끈한 연대

불협화음이 만든 가장 아름다운 앙상블

"어쩐지 나랑 MBTI가 상극이더라.."
요즘은 나와 다른 성격인 사람이 나타나면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 바로 튀어나옵니다. 성격유형, 궁합 등 각종 기준과 잣대를 가져와 나와 잘 맞는지 안 맞는지 재단하기 바쁘죠. 이런 태도는 세월이 흐를수록 더 심해집니다. 비슷한 환경, 비슷한 취향을 공유하기도 바쁜데 굳이 결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어야 할까요.
하지만 진정한 관계의 힘이란, 나와 다른 이의 손을 잡기로 결심했을 때 발휘되는지 모릅니다. 특히, 공동의 목표가 있다면 더욱 그렇겠죠. 혼자일 땐 할 수 없던 일도 함께하며 용기를 얻고, 어딘가 삐걱거릴지언정 이해와 사랑으로 손을 맞잡으면 강한 연대가 생깁니다.

그리고 그 방법이 '음악'이라면, 끈끈함을 넘어 감동이 생기기도 하죠. 이번 아티클에서는 두 편의 뮤지컬 영화를 통해 '다름'이 만들어낸 가장 끈끈한 연대를 살펴봅니다. 처음엔 불협화음처럼 어긋나던 목소리들을 조금씩 맞춰가면 하나의 아름다운 앙상블이 되듯, 영화 속 인물들의 관계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뮤지컬 영화의 강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도 음악의 힘을 빌려 순식간에 공감하는 거죠. 노래가 흘러나오는 단 몇 분 만에 방대한 서사 속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정반대의 두 마녀, <위키드> <위키드:포굿>

이미지 출처: 영화 <위키드>

절대 어울릴 수 없을 것 같던 두 사람이 힘을 합치면 누구보다 강해집니다. 혼자가 아니라면 두 주먹을 쥐고 악에 맞설 용기도 생기죠.

날 때부터 초록색 피부, 마법의 힘까지 강력했던 엘파바는 친구들은 물론 부모에게도 외면당해 유모 덜시베어의 손에 자랍니다. 마법의 힘은 저주가 아니라 재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마법을 쓰지 않기 위해 노력했죠. 반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랑스러움으로 치장한 글린다는 어딜 가든 인기를 한몸에 받습니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 있었죠. 마법의 힘이 너무나 약하다는 것. 성격도 능력도 정반대인 두 사람은 우연히 마법학교 룸메이트가 되었고, 좌충우돌을 겪던 둘은 어느새 서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너로인해 완전히 달라졌어 내가"

영화 <위키드>는 두 편으로 나눠 개봉했습니다. 전편인 <위키드>에선 글린다와 엘파바가 처음 만나 서로 큰 소리를 내기 바쁩니다. 생활방식, 성격 어느 하나 맞지 않는 두 사람은 상대방의 개성을 무시하고 나처럼 바뀌기를 강요하죠.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이 'What is This Feeling'을 부르는 장면입니다. "총체적으로 넌 밥맛"이라며 상대를 내 방식대로 바꾸기 위해 날카롭게 소리칩니다. 아름다운 화음이라기보다, 나의 존재를 내세우는 뽐내기에 가깝습니다.

반면 후편 <위키드: 포굿>의 메인 넘버, 'For Good'의 가사를 곱씹어 보세요.

"사람들은 운명을 찾아 자석처럼 서로를 끌어당겨 힘을 준대. 성장할 수 있도록. 어제와 다른 나의 인생은 너를 만났기 때문에 여기까지 오게 된 거야. "

이건 꽤 용기 있는 고백입니다. 아웅다웅하던 두 사람이 서로 눈을 맞추며 "난 너로 인해 더 좋은 사람이 되었어"라고 진심을 다해 노래하기까지. 앞서 가볍고 통통 튀던 두 사람이 얼마나 단단한 사이가 되었는지, 두 곡의 온도 차가 관계의 성장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상대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날아오를 수 있게 믿어주는 결정적인 장면이죠. 두 사람이 마주 서서 부르는 이 노래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관계의 결실을 보여줍니다. 나와 정반대였던 사람이 결국 나를 가장 많이 바꿔놓았다는 것, 서로 방향은 달라도 결국 함께한다는 것이 <위키드>가 전하는 관계의 힘입니다.

소외된 사람들의 뜨거운 연대, <위대한 쇼맨>

출처: 영화 <위대한 쇼맨>

서커스 단장 바넘은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한 사람들을 찾아내 무대 위로 올립니다. 턱수염이 난 여자, 피부색이 다른 곡예사, 몸집이 작은 난쟁이... 외모가 일반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별종'이라 불리며 사회적 낙인 속에 갇혀있던 이들은 항상 어둠 속에 숨어지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서커스를 향한 열정이 넘치는 바넘은 이들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혼자였을 땐 무력한 존재였지만, 손과 손을 맞잡은 순간 그들의 힘은 누구보다 강해졌죠. 하나의 집단이 되어 무대 위에서 당당히 얼굴을 드러내고 발을 구르기 시작한 이들은 야유도 함께 견뎌내고, 터져나오는 박수도 함께 받습니다. 그리고 무대 위 가장 큰 예술가가 되어 내가 결점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사실은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나만의 고유한 개성이라는 것도 깨닫죠.

이게 나니까, "This is Me"


영화의 정점에서 울려퍼지는 'This is Me'는 긴 침묵 끝에 터져나오는 함성입니다.

"잔인한 말로 상처줘도 파도에 다 씻어버릴 거야. 난 당당해 난 내가 자랑스러워 이게 나야."
"남의 시선은 두렵지 않아 난 미안하지 않아"


이 외침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아픔과 긴 시간이 필요했을까요. 관객들은 숨죽여 노래를 듣습니다. 단원들은 무대 위에서 울부짖으며 그동안의 억압을 떨쳐냅니다. 함께라는 것이 얼마나 강한 힘을 지녔는지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죠. 화려한 연회장 앞에서 문전박대 당했을 때, 이들은 다시 숨는 대신 당당하게 행진하며 자신들의 존재를 선언합니다.

뮤지컬 영화의 장점은 이야기를 넘어 또 다른 감각으로 등장인물들과 공감할 수 있다는 겁니다. 웅장한 코러스와 심장을 쿵쾅거리게 하는 비트로 선전포고하는 서커스단을 보며 관객도 벅차오름과 카타르시스를 느끼죠. 다름과 차별의 벽을 넘어 어느새 가족이 된 단원들은 혼자가 아닌 '함께'가 얼마나 중요한지 증명해냅니다.


<위키드>와 <위대한 쇼맨>은 모두 큰 사랑을 받은 영화입니다. 유쾌한 춤과 노래로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움직였죠. 처음엔 부딪히고, 티격태격하며 불협화음 같던 관계였지만 서로의 진심을 알아봐 주고, 상대방의 목소리를 들어주며 가장 아름다운 노래가 되었죠. 두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관계를 잇기 위한 과정은 힘들어도 그 가치는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남에게 다가서기 꺼리는 우리에게 손을 내밀며 이렇게 말합니다.

함께 노래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