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브랜드 GOT BAG, 바다가 만든 힙한 가방
해양 플라스틱이 트렌드를 입다

독일 브랜드는 늘 견고함과 실용성을 바탕으로, ‘디자인은 기능을 따른다’는 철학 아래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왔습니다. 장인 정신과 디자인이 결합된 결과,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브랜드들이 많고, 그중 일부는 두터운 팬층을 형성할 만큼 신뢰를 얻고 있습니다. 몇 년 전, 독일 젊은 세대 사이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가방 브랜드가 등장했는데, 바로 GOT BAG입니다. 이전까지는 스위스의 Freitag(프라이탁)이나 배낭 브랜드 Deuter(도이터)를 즐겨 메던 사람들이 이제 GOT BAG을 선택하기 시작한 것이죠. 독일 사람들은 가방을 닳아 구멍이 날 때까지 쓰는 편입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자전거를 타는 이들이 많아, 튼튼하면서도 방수가 되는 가방을 선호합니다. 또 학생들은 수업이나 도서관을 오가며 늘 근처 마트에서 장을 보기에, 책가방이 장바구니 역할까지 해야 합니다. 그만큼 가방을 고를 때 까다로운 이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은 독일의 브랜드, GOT BAG을 소개합니다.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가 가방으로


GOT BAG 공식 홈페이지
GOT BAG은 2018년 독일 마인츠(Mainz)에서 출발한 스타트업입니다. 설립자 Benjamin Mandos는 어린 시절 바닷가에서 마주한 플라스틱 쓰레기에 충격을 받고, 언젠가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브랜드를 시작했습니다. 업사이클 브랜드는 많지만, 해양 플라스틱을 직접 가방으로 만든 사례는 세계 최초로 알려져 있습니다. 바다에서 수거한 플라스틱이 재활용을 거쳐 여행용 백팩, 데일리 가방, 액세서리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죠.
오늘날 독일에서 ‘친환경’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많은 브랜드들이 그린워싱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데, GOT BAG은 달랐습니다. ‘파타고니아’를 떠올리게 할 만큼 환경에 진심이었기 때문입니다. 인도네시아 현지의 수천 명의 어업 종사자들과 협력해 해안과 바다에서 플라스틱을 수거하고, 이를 원료로 삼아 제품을 제작합니다. 모든 제품은 방수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PFC나 PVC 같은 유해 물질도 배제해 친환경적이면서도 실용적입니다.
또한 GOT BAG은 단순히 ‘친환경 마케팅’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사회적·환경적 책임에 대한 엄격한 국제 기준을 통과하며 B Corp 인증을 획득했고, 이는 브랜드가 보여준 진정성과 노력이 공적으로 인정받은 결과였습니다.
환경과 소비에 모두 까다로운 독일 소비자들조차 GOT BAG에는 신뢰를 보내고 있습니다. 바다의 쓰레기를 다시 살아 숨 쉬는 제품으로 되살려낸 이 브랜드는, 단순한 가방을 넘어 지속가능성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트렌디하고 미니멀한 디자인과 실용성


GOT BAG 공식 홈페이지 & 인스타그램
친환경적이기만 한 브랜드는 독일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 수는 있어도 마음을 사로잡을 수는 없습니다. GOT BAG은 실용성과 디자인 모두를 갖추었기에 더 매력적입니다.
이 브랜드의 첫 번째이자 대표 제품은 Rolltop(롤탑) 백팩입니다. 한국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스타일인데, 가방 입구를 돌돌 말아 닫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용량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어, 많은 물건을 넣을 땐 입구를 덜 말고, 적을 땐 여러 겹 말아 깔끔하게 잠글 수 있습니다. 덕분에 비가 새어 들어올 염려도 적습니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많은 독일에서 롤탑은 오래 전부터 사랑받아온 스타일입니다. 지퍼가 없어 고장 위험이 덜하고 내구성도 뛰어나지요.
무엇보다 GOT BAG의 롤탑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합니다. 외부에 복잡한 포켓 대신 간결함을 택했고, 원단의 독특한 질감을 그대로 드러내며 고유한 매력을 보여줍니다. 전면에는 심플한 로고와 함께, 지퍼 스트랩에 포인트로 들어간 세 가지 컬러가 미니멀한 디자인 속에 힙한 감각을 더해줍니다.
브랜드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제품군도 다양해졌습니다. 롤탑의 라이트 버전, 데일리 백, 숄더 백, 반달 백까지 모두 일관된 디자인 언어로 전개되며 GOT BAG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들은 제품이 오래 사용되기를 바라지만, 지속 가능한 브랜드라는 것은 한 번 소비하면 반복 구매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제품이 너무 잘 만들어져서 다시 사지 않아도 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으니까요. 파타고니아가 ‘이 티셔츠를 사지 마세요’라는 마케팅으로 화제가 된 것도 바로 이런 고민 때문입니다. GOT BAG 역시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합니다. 다소 높은 가격으로 내구성이 뛰어난 제품을 만들어, 반복 구매보다는 수선 문화를 강조합니다.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새로 사는 대신 고쳐서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지요.
또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는 미니멀 라이프와도 연결됩니다. GOT BAG은 시간을 초월한 디자인, 견고하고 실용적인 내구성, 친환경 소재를 바탕으로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소비자에게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합니다. 자전거 출퇴근, 등산, 도시 속 일상에서도 GOT BAG을 매고 살아가는 모습은 지속 가능함이 곧 트렌디하고 쿨하다는 메시지를 보여줍니다. SNS를 통해 이런 지속 가능한 문화를 전파하며, 진정한 의미의 힙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독일에 오래 거주하며 현지 사람들의 소비 문화를 경험했습니다. 독일 사람들은 유럽에서 ‘구두쇠’로 유명합니다. 한 번 산 물건을 닳고 해질 때까지 쓰고 버리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멍 난 가방을 메고 다니는 학생들도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촌스럽고 스타일 없는 모습처럼 보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들은 미니멀하면서도 트렌디한 가방을 메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GOT BAG을 메고 자전거를 타는 그들을 보며, 저 역시 정말 쿨하고 힙하다고 느꼈습니다. 결국 저도 큰맘 먹고 하나 구매했고, 그 뒤로 이 가방은 최애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해진 모습조차 하나의 멋처럼 느껴졌습니다.
어떤 브랜드를 선택하는 일은 저에게 점점 책임감으로 다가왔습니다. 단순히 좋은 물건을 사고자 하는 마음이 아니라, 내 선택이 나를 결정하고, 나아가 지구와 환경에도 작은 도움이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친환경’ 마케팅이 난무하는 시대에는 어떤 제품을 선택할지 더 신중해집니다. 그린워싱 기업은 아닌지, 업사이클 제품을 계속 소비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 등 고민이 많았습니다. 결국 아무리 친환경이라 해도 100% 완벽한 제품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한 브랜드의 철학과 미션이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고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독일의 바다를 사랑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한 사람이 만든 GOT BAG은, 많은 독일 소비자의 사랑을 받으며 좋은 영향력을 펼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