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바현에 불시착한 청춘 밴드
더 뜨겁게 부딪혀라 THE DO DO DO's

밴드는 유난히 청춘의 이미지를 지닌 집단입니다. 뜨거운 무대와 반항적인 코드도 있지만, 본질은 하나의 이름 아래 모여 같은 이상을 좇고 위험을 함께 감수하는 정체성에 있죠. 스타트업 개념과도 비슷한 면도 있지만, 밴드를 지속시키는 힘은 단 하나,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7월, 홍대 스트레인지 프룻에서 첫 해외 공연을 치른 일본 밴드 The DoDoDo’s가 대표적입니다. “좋아하는 음악으로 밴드를 하고 싶다”는 단순하고 명료한 이유로 뭉친 세 명의 청년. 최근에는 신인 밴드의 등용문이라 불리는 ROCK IN JAPAN FESTIVAL 라인업에도 이름을 올리며 일본 인디신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청춘답게 부딪히며 성장해 온 밴드, The DoDoDo’s를 소개합니다.
"같이 밴드 하지 않을래?"
베이스 없이 밴드를 하고 싶었으니까

THE DO DO DO's(이하 더두두두스)는 2022년 치바현에서 결성됐습니다. 기타리스트 ‘쿠하라디 쿠라하다(Kuharady Kuharada)’는 베이스 없이 기타와 드럼만으로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는 밴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고 해요. 그가 동경하던 *엔 슈쿠가와 보이즈(N'夙川BOYS)나 더 화이트 스트라입스(The White Stripes)처럼요.
엔 슈쿠가와 보이즈(N'夙川BOYS) : 2000년대 일본 인디신의 베이스 리스 트리오 밴드. 독창적인 캐릭터 성과 로우한 로큰롤 음악으로 이후 세대 밴드들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쿠하라디는 인근 고등학교 경음악부의 연합 공연이 열린 클럽을 찾았다가 ‘히노 요코(Yoko Hino)’를 보게 돼요. 그녀의 무대를 인상 깊게 본 쿠하라디는 1년여가 지난 뒤 트위터(현 X)로 히노에게 “같이 밴드 하지 않을래?”라고 메시지를 보냅니다. 히노는 쿠라하디와 음악 취향도 비슷했고, 밴드를 좋아했기에 흔쾌히 승낙했다고 합니다. 쿠하라디가 치바 음악씬에서 또래 중 가장 기타를 잘 치는 인물로 알려져 있었던 것도 한몫했다고 해요. 그렇게 남녀 투 보컬 체제라는 밴드의 골격이 갖춰졌죠.

결성 당시 구성원들의 평균 연령은 19세.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나이이지만, 동시에 성인이 될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 밴드는 첫 라이브 공연 이후 잠시 휴식기에 들어갔습니다. 코로나로 클럽 공연이 막힌 사이, 히노는 입시에, 드러머 아카링고스타(현 탈퇴)는 대학 생활에 몰두했죠. 쿠하라디는 기존에 하던 밴드 활동도 병행했고요. 그럼에도 간간이 초대 공연에 오르며 더두두두스는 활동의 끈을 이어갔습니다.
반 년간의 휴식기를 거친 뒤, 밴드는 첫 싱글 [The DO DO DO’s Crash Landing, Motto Motto]를 발매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더, 더 불시착!!”이라는 제목은 *‘페퍼스 상사(Sgt. Peppers) 행성에서 온 외계인들’이라는 밴드 콘셉트와 이어지죠. 인트로에는 실제로 불시착한 듯 중얼거리는 멤버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고, DIY로 제작한 앨범 특유의 거친 녹음 상태는 사고 현장을 연상케 하는데요. 그렇게 발칙한 콘셉트의 싱글로 더두두두스는 인디신에 나타났습니다.
2022년 9월, Sgt.Pepper’s 별에서 치바현에 불시착한 히노 요코와 쿠하라디 쿠하라다가 록앤롤로 지구를 침략하기 위해 밴드를 결성했다. 현재는 드러머 아오이마진을 새로 맞이해 각지에 불시착 중이다. 베이스 없는 트윈 기타라는 독특한 스타일로 거침없이 록앤롤을 울려 퍼뜨린다!!! - 공식홈페이지 발췌.
청춘은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안아줘! 그리고 키스해 줘!

더두두두스는 치바와 시모키타자와를 중심으로 공연을 이어가며 싱글과 EP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멤버들은 사람들의 눈에 띄기 위해 공사용 헬멧과 작업복을 착용하거나, 스카잔을 맞춰 입고 무대에 섰는데요. 어느 날, 히노가 입은 하늘색 티셔츠를 계기로 각자 고유한 색을 정해 입기 시작했고, 쿠하라디는 노란색, 드러머는 빨간색을 맡으며 지금의 구조가 완성됐습니다.
이 시기에 필자가 처음 접한 '‘Hold me baby kiss, kiss, kiss'도 릴리즈됐어요. 파워레인저처럼 색을 맞춘 세 멤버의 모습은, 순수한 열정으로 밴드를 이어가는 청춘 그대로의 모습이라 인상깊었죠. 뮤직비디오는 단순합니다. 장소 로케이션은 굴다리 하나, 컷마다 멤버들의 옷차림은 똑같고, 영상은 캠코더로 찍은 듯 노이즈가 가득합니다. "둘이라면 괜찮아. 안아줘! 키스해 줘!" 외치는 쿠하라디와 히노의 모습은, 그 나이대의 청년들이 낼 수 있는 맑은 외침 같았습니다.
밴드의 히트곡 'Hold me baby, kiss!kiss!kiss!' | 영상 출처 : THE DO DO DO's 공식 유튜브
코드 진행과 멜로디 라인은 단순하지만, 그렇기에 더두두두스의 상징인 남녀 투 보컬·투 기타 조합이 더욱 돋보이는 킬링 트랙입니다. 제한된 환경에서 녹음된 거친 사운드는 오히려 날것의 매력을 살려주죠. 2020년대 들어 이따금 등장하는 ‘포스트 리바이벌 펑크’의 뉘앙스와 스트레이트한 펑크 밴드의 면모가 뒤섞여, 오래된 장르 팬들에게는 그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새로운 청자들에게는 경쾌하고 유쾌한 밴드로 다가옵니다.
유튜브 댓글 창에는 다양한 국적의 청취자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데모 테이프를 들고 레코드사를 찾아가야 데뷔할 수 있었지만, 오늘날은 훨씬 손쉽게 자신들의 노래를 알릴 수 있는 시대죠. 더두두두스처럼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통해 음악을 전하는 밴드가 늘어나는 지금, ‘인디펜던트’라는 말도 더 폭넓게 정의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인사드립니다, 한국!
THE DO DO DO's의 첫 해외 공연

홍대의 굵직한 라이브 클럽 중 하나인 스트레인지 프룻 20주년 공연 라인업에서 더두두두스의 이름을 본 순간, “무조건 가야지!” 하고 결심했습니다. 그들의 라이브가 너무 궁금해 도쿄에 가서라도 보려 했는데, 한국에서 볼 수 있다니 놓칠 수 없었죠. 게다가 밴드의 첫 해외 공연이라는 점에서 더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스트레인지 프룻에서 마주한 멤버들은 예상보다 훨씬 풋풋했습니다. 일본어로 쓴 작은 입간판을 세워두고, 캐리어에서 CD와 티셔츠를 꺼내 머천다이즈를 정리하며, 긴장한 얼굴로 무대를 보고 있었는데요. ‘첫 해외 공연’의 설렘이 고스란히 담겨 있던 모습이라 유난히 더 기억에 남습니다. 이제 막 스튜디오 녹음을 시작한 인디 밴드에게 해외 무대는 그들에게도 어쩐지 얼떨떨한 경험이었을겁니다.
더두두두스의 공연은 두 번째 순서였습니다. 원 기타, 원 드럼으로 이루어진 국내 듀오 ‘오칠’의 무대가 분위기를 달궈 놓은 덕에, 더두두두스에 대한 기대감은 한층 높아져 있었죠. 세팅을 마친 뒤, 마이크를 잡은 쿠하라디가 “위 아 더두두두스!”라고 외치며, 첫 EP의 첫 곡 'The DoDoDo’s'로 공연의 막을 열었습니다.

이날 공연은 필자가 경험한 클럽 공연 중 손에 꼽을 정도로 열정적이었어요. 관객들은 쿠하라디와 히노의 쇼맨십에 푹 빠져 몸을 흔들었고, 더두두두스의 밴드 티셔츠를 입은 열성팬분은 목이 찢어져라 가사를 따라 불렀습니다. 모든 관객이 'Hold me baby kiss, kiss, kiss'의 후렴구를 따라 부르기도 했고요. 밴드가 낼 수 있는 에너지를 온전히 느낀 순간이었고, 처음 두두두두스를 보며 가졌던 감상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야, 이거 정말 뜨거운 밴드네!”
필자에게 뜨거운 밴드란, 밴드를 위해 자신의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바칠 준비가 된 집단을 의미하는데요. 지금 서 있는 무대에서 최선을 다해 자신들을 알리는 것. 힙합에서는 ‘야마’라 부르고, 스포츠에서는 ‘끈기’라 불리는 에너지죠. 크라우드 서핑을 하는 쿠하라디를 보며, 필자도 록스타를 꿈꾸던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그들처럼 무언가에 그렇게 열정적으로 몰두했다면, 필자도 록스타가 되지 않았을까 상상도 하고요.
여름의 청춘을 소환하다
THE DO DO DO’s 신보와 함께 떠올리는 지난 여름
지난 6월, 더두두두스는 새로운 EP [Boy Meets Girl]을 발매했습니다. 필자 역시 올여름 내내 이 앨범을 들었는데, 무언가에 몰입하던 열정이나 한 시절의 여름을 추억하기 좋은 트랙들로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VAMP!>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번에는 엔지니어링과 믹싱에 공을 들였다고 하는데요. 덕분에 이전 앨범보다 사운드가 선명하고 균형감 있게 들려요. 또 대중적인 눈높이의 얼터너티브 록을 선보여 멜로디도 귀에 쏙 박히죠. 더두두두스에 입문하기에도 적당한 깊이를 지닌 앨범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필자가 특히 좋아하는 세 곡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わかりたい (Wakaritai) – 알고 싶어
아직 모르는 게 너무나도 많아서
동영상 출처 : THE DO DO DO's 공식 유튜브 채널
“알고 싶다!”라는 강렬한 타이틀처럼, 절규하듯 터져 나오는 기타 사운드로 시작해 대상을 향한 갈망으로 가득한 곡입니다. ‘미지의 세상을 알아갈수록, 너는 멀어져 간다’라는 가사는 청자의 이야기와 겹치며 한층 입체적으로 느껴집니다. 앨범명과 연결해 보면, 소녀를 알고 싶어 하는 소년의 마음을 담아낸 로맨스 곡이라 할 수 있어요. 어딘가 먹먹한 가사와 달리, 뮤직비디오 속 멤버들의 쾌활한 모습은 곡에 아련한 온기를 더합니다.
なつ (Natsu) – 여름
그때가 있었기에 버틸 수 있다
동영상 출처 : THE DO DO DO's 공식 유튜브 채널
곡 제목부터 여름입니다. 뮤직비디오는 여름 방학에 할머니 댁에 놀러 간 듯한 정겨운 풍경을 담고 있죠. 춤추며 연주하는 멤버들과 흥겨운 리듬이 어우러져, 자연스레 어깨가 들썩이는 얼터너티브 곡입니다. 쿠하라디와 히노의 보컬이 번갈아 이어져서 곡의 몰입감도 한층 올라가는데요. 가사는 지난 사랑을 추억하는 내용인데, “아무것도 없는 이 마을도 네가 있어서 버틸 만했다.”라는 구절은 고향(아마도 뮤직비디오처럼 시골이겠죠)에 돌아와 좋아했던 사람을 떠올리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In the Dream – 꿈속에서
꿈 속에서라도 다시 한번
동영상 출처 : THE DO DO DO's 공식 유튜브 채널
필자가 가장 즐겨 듣는 트랙입니다. 굉음처럼 울려 퍼지는 쿠하라디의 기타 위로, 이전 곡과는 또 다른 히노의 보컬이 겹치며 몽환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져요. 이번 앨범이 프로듀싱에 공을 들였다는 사실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트랙이기도 합니다. 오버 게인이 걸린 사운드에는 슈게이징 특유의 터치가 살짝 얹혀 있어 곡의 질감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지거든요. 후반부의 기타 솔로와 함께 휘몰아치는 연주는 밴드가 조금씩 성숙해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THE DO DO DO's
Instagram : @thedododos / Web : thedododos.com
필자는 밴드가 참 번거롭고 지난한 음악 집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돈과 시간을 쏟아야 하고, 멤버들 간의 관계도 원만해야 하죠. 장비를 맞추고 연습실을 빌리는 데에도 비용이 들고, 직접 연주를 해야 하니 꾸준한 연습도 필수입니다. AI가 노래를 만들고 심지어 밴드를 결성하는 시대에, 밴드란 여전히 가장 고생스러운 형태일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밴드의 정체성이 무엇이냐?”라고 묻는다면, 지난함 그 자체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모여 밴드를 이루고, 라이브 클럽 무대에 서는 이들이 있기에 ‘밴드 음악’은 존재합니다. 우리가 ‘밴드는 청춘이다’라고 느끼는 감정도 여기에서 비롯되겠죠. 무언가를 계산하지 않고, 단지 ‘좋아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내던질 수 있는 무모함. 그 힘이야말로 밴드를 움직이는 진짜 동력일 겁니다.
더두두두스처럼 직접 앨범을 녹음하고, 라이브 클럽을 오가며 이름을 알려가는 이들이 있기에 밴드 문화는 이어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국내에서도 밴드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으니, 마음껏 도전하는 청춘들이 더 많아지길 기대합니다. 필자 역시 중학교 때 사둔 일렉 기타를 다시 꺼내 봅니다. 방구석 록스타쯤은 꿈꿔도 괜찮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