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 콘텐츠 3선
서로의 안전과 행복을 기원한다면 우리는 모두 가족이 될 수 있다

‘가족’하면 흔히 이성애자 부모와 자식으로 구성된 서너 명의 사람들이 카메라를 향해 밝게 웃고 있는 모습이 떠오르곤 합니다. 하지만 사회적 환경과 인식이 변화하면서 우리 주위에는 훨씬 더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등장했습니다. 이제는 혼인과 출산으로 연결된 관계를 넘어서 서로의 안전과 안녕을 기원하는 집단을 가족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가정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되는 5월, 새로운 의미의 가족을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가족의 관점에서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흥미롭게 살펴볼 수 있는 콘텐츠 세 편을 소개합니다.
평범한 우리 모두의 연애

해가 갈수록 남녀가 모여 사랑을 찾는 연애 프로그램이 무수히 많아지고 있습니다. 독특한 직업과 배경의 프로그램이 넘치는 가운데, 눈에 쏙 들어오는 예능 콘텐츠가 있었습니다. 바로 퀴어 출연자들이 등장하는 <남의 연애>와 <너의 연애>입니다.
사랑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은 여느 연애 프로그램과 비슷했습니다. 어색한 첫인사, 점점 가까워지는 관계, 갈등과 설렘까지. 익숙한 연애 프로그램의 전형이었죠. 하지만 그간 모든 출연자가 퀴어로 등장해 동성연애를 보여준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새로웠습니다. 이성애자와 똑같이 사랑을 하고, 연애를 하는 퀴어의 모습에 생경함을 느끼는 자체에 놀랐습니다. 평범한 퀴어의 모습이 이제야 많은 이들이 시청하고, 공감하며 응원하는 콘텐츠로 나왔다는 데 말입니다.
동영상 출처: 라잌댓 LIKE THAT 채널
나아가 <남의 연애>와 <너의 연애> 프로그램은 현실에서 퀴어가 겪는 문제와 미래를 함께 고민하게 됩니다. 출연자들이 스스로 퀴어임을 자각한 순간, 가족과 주위 사람들에게 커밍아웃 했던 경험을 나누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퀴어는 비슷한 고민에 깊이 공감할 수 있습니다. 이성애자는 나와 다르지만 비슷하게 누군가를 사랑하는 퀴어의 입장이 되어볼 수 있습니다. 이성애자와 성 소수자가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 우리 사회의 더 나은 모습을 생각해 보게 합니다.
같은 집에 사는 사람들

삶의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결혼을 하고 가족을 꾸리는 것이 당연히 여겨지는 사회입니다. 집을 구하고 거주하는 것 또한 결혼과 연관 지어 떠올리게 됩니다.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은 높은 집값과 물가로 거주에 대해 극심한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나시’는 결혼을 택하지 않은 청년의 거주 방식을 보여줍니다. 유튜브 영상과 책을 통해서 비혼 청년들이 어떻게 경제적 공동체가 되어 함께 거주하고 살아가는지 새로운 가족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동영상 출처: 우나시Unasi 채널
우나시는 대학생이 되어 자취를 시작했던 경험부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고시텔, 오피스텔, 원룸 등 여러 형태의 집에서 홀로 혹은 룸메이트와 함께 거주한 에피소드가 이어집니다. 각 집에 거주할 때 부담했던 경제적 비용부터, 일과 여가를 즐기는 방식에 따라 ‘집’의 의미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감정적인 변화를 들려줍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우나시는 스스로 집의 영향을 크게 받는 사람임을 깨닫습니다. 그 후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비용을 더 투자해 아파트에 거주하기로 결심하고 집을 찾고 입주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우나시의 이야기는 본가를 떠나 독립한 많은 이들에게 집과 가족의 의미를 떠올리게 합니다. 주 활동지와의 거리, 내부 구조, 안락함, 경제적 비용 등 집을 찾고 거주하기까지 수많은 요소들을 떠올리며 비슷한 경험에 공감하게 됩니다. 나아가 스스로를 책임져야 하는 청년들에게 새로운 가족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친구들과의 공동생활기가 담긴 책 『여자 셋이 모이면 집이 커진다』에는 이런 말이 등장합니다. ‘서로의 보호자가 되어 함께 취향을 나누며 더 넓은 세계를 만들어가는 생활’이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음을 일러줍니다. 한 지붕 아래 친구들과 경제적 부담을 나누고, 시간과 공간을 함께한다면 우리는 충분히 가족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가족을 넘어 사회로

이처럼 다양한 가족들이 모여 하나의 사회를 이루게 됩니다. 성별, 연령, 거주 형태 등 점점 더 다양한 가족이 등장하면서 우리 가족과 다른 타인의 모습을 더 자주, 다양한 모습으로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나와 다른 낯선 모습을 모두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타인에게 거부감을 느끼고, 의견이 충돌하며 큰 갈등으로 번지기도 합니다. 다양한 모습으로 가족을 이루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우리’라는 관점에서 사회를 바라보면 어떨까요?
동영상 출처: wavve 웨이브 채널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는 새로운 사회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서로 다른 성별, 성격, 경제적 배경, 정치 성향,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함께 살게 됩니다. 그들은 일을 하고, 보상을 나누고, 규칙을 만들면서 이상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힘씁니다. 그 속에는 경쟁에 따라 부를 분배하길 원하는 이도 있고, 누구도 배제되지 않기를 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다양한 미션에서 구성원 간 긴 토론을 하고, 싸우고 화해하기도 하면서 전혀 다른 우리가 하나가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합니다.
나와 남이라는 분절된 관계로 보면 이해하지 못할 말과 행동이 너무나 많습니다. 과연 나와 모든 면에서 반대되는 사람까지 이해하고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이처럼 남을 분리하고 배척하는 경향이 짙어지는 시대에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우리'의 관점에서 바라보게 합니다. 서로 전혀 달라 보이는 우리는 사실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분투합니다. 이러한 목표를 위해서는 안전과 행복을 보장해주는 사회가 필요합니다. 나, 그리고 내 편이 좋아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남을 인정하고, 때로는 불편을 감수하고 양보하는 것 또한 필요합니다. 우리가 가족 안에서 배운 것처럼, 서로를 이해하고 하나가 되고자 하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 주위엔 참 다양한 가족들이 존재합니다. 익숙한 혈연관계뿐만 아니라 나와 다른 성적 지향, 인종, 구성원이 가족을 이뤄 살아가고 있습니다. 결혼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닐 때도 있고, 서로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친구가 되기도 합니다. 이렇듯 가족의 모습은 저마다 너무나 다르지만, 같은 의미를 공유합니다. 나뿐만 아니라 상대가 더 행복하고, 덜 불행하길 바라며 같은 편이 되어준다는 점입니다. 나의 가족에게 베푸는 친절과 사랑을 다른 가족에게도, 이 사회의 많은 구성원에게도 전할 수 있는 5월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