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고 또 흩어지는 대도시의 의존법

건강한 문화를 만드는 웰니스 커뮤니티 3곳

뭉치고 또 흩어지는 대도시의 의존법

온라인으로 회의에 참석하고, 클릭 몇 번으로 물건이 집 앞까지 배송되는 세상입니다. 모든 것이 비대면으로 가능해진 요즘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어떤 공간에 모였다가 다시 흩어지는데요. 작업을 위해 카페를 찾고, 집에서 일할 수 있음에도 공유 오피스로 향하기도 합니다. 혼자보다는 함께할 때 집중이 더 잘되는 이유는, 같은 공간에 머무른다는 사실이 일종의 소속감을 제공하기 때문일 텐데요. 최근에는 단순한 시공간 공유를 넘어 다양한 주제로 뭉치고 연결되는 모임들이 눈에 띕니다. 공간을 기반으로 건강한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커뮤니티 3곳을 소개합니다.


커피는 핑계고, 상쾌한 아침이 좋아서
: SMCC

이미지 출처: SMCC

매일 아침 8시가 되면 카페로 모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최대 8명의 사람은 서로 명함도 교환하지 않은 채 커피 한잔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죠. SMCC(서울모닝커피클럽)은 출근 전 건강한 아침 문화를 만드는 웰니스 커뮤니티입니다. 회사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이라면 매일 반복되는 출퇴근을 피할 수 없고, 때로는 일에 종속된 기분도 느끼곤 하는데요. 뉴욕과 이탈리아에서 생활하며 아침 커피를 즐겼다는 서울모닝커피클럽의 박재현 대표는 자신의 루틴을 사람들과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아침 일찍 문을 여는 카페를 찾아다니고, 사람들이 점차 모여들면서 자연스럽게 SMCC가 만들어진 것이죠.

이미지 출처: SMCC 공식 인스타그램

타 커뮤니티와 달리 SMCC는 참가비나 고정된 스케줄이 없는데요. 하루 전날 인스타그램 스토리 공지를 통해 모임 참여를 신청하고, 다음 날 아침에 모여 75분 동안 서로의 생각이나 고민을 듣고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러닝을 한 후 커피를 마시는 '에스프레소 런'은 꾸준히 사랑받는 대표적인 모임이기도 하죠. 최근에는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도 참여할 수 있도록 영어로 모임을 진행하거나 해외 도시에서 모임을 개최하는 등 글로벌로 커뮤니티를 확장하고 있는데요. 주말 아침, 술 없이 커피와 함께 춤을 즐기는 ‘커피 레이브(Coffe Rave)’ 행사는 작년 여름 300명이 모이면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24시간이지만, 아침을 어떻게 시작하느냐에 따라 삶의 주도권을 온전히 쥘 수도 있을 테죠. 오늘도 SMCC의 멤버들은 느슨하게 모여 건강한 일상을 만들며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자전거와 함께하는 문화생활
: 바이크아트뮤직클럽

이미지 출처: 바이크아트뮤직클럽 공식 인스타그램

바이크아트뮤직클럽은 자전거를 중심으로 비슷한 취향을 공유하는 커뮤니티입니다. 누구나 탈 수 있는 자전거로 도심 곳곳을 돌아다니며 함께 음악을 듣거나 미술관에 방문하곤 하죠. 평소 자전거로 퇴근하곤 했던 신선회 대표는 암스테르담이나 코펜하겐 등의 도시를 여행하면서 한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는데요. 남녀노소 상관없이 자전거를 즐기는,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자전거 문화에 영감받아 바이크아트뮤직클럽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단순히 고가의 장비로 빠르게 달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없었던 건강한 자전거 라이프스타일을 만들고자 한 것이죠.

이미지 출처: 바이크아트뮤직클럽 공식 인스타그램

바이크아트클럽은 미술과 음악을 메인으로 다양한 문화 활동을 진행하는데요. 멤버들은 류이치사카모토의 청음회에 참가하거나 함께 모여 요가와 명상을 하고, 때로는 요즘 읽는 책을 공유하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작년 가을에는 자전거를 타고 1박 2일 동안 구례를 여행하기도 했죠. 바이크아트클럽은 바쁘게 흘러가는 도심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건강한 취향과 가치를 공유하며 일상을 가꿔나가고 있습니다.

모험하는 여성들의 안전지대
: 우먼스베이스캠프

이미지 출처: 우먼스베이스캠프 공식 홈페이지

혼자일 때는 막막했던 일도 함께라면 수월하게 느껴지곤 하는데요. WBC(우먼스 베이스캠프)는 모험하는 여성들이 모인 아웃도어 커뮤니티입니다. ‘Follow Your Fear’라는 슬로건을 기반으로, 모든 여성이 자유롭게 모험할 수 있도록 든든한 안전지대가 되어주며 다양한 모험의 장을 만들어 나가고 있죠. 2021년 세 친구의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한 WBC는 어느덧 6년 차를 맞이했는데요. 예상보다 많은 여성들이 몸으로 부딪치며 경험하는 야외 활동을 열망한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모험을 장려하는 공동체를 설립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매년 여름마다 열리는 캠핑 축제 '리트릿 캠프'는 어느덧 100명의 참가자가 모이는 정기 행사로 자리 잡았죠. 작년에는 WBC를 만들어 나가는 세 친구의 여정을 담은 책 『들판에 텐트 치는 여자들』 이 출간되기도 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우먼스베이스캠프 공식 인스타그램

험난한 자연환경 속에 머물다 보면 예측 불가능한 위기도 종종 발생하기 마련인데요. 이를 통해 멤버들은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상황 속에서 드러나는 자기 모습을 마주할 수 있게 되고, 이전엔 시도하지 않았던 도전도 할 수 있게 됩니다. 기상 악화로 배가 결항되어 섬에 꼼짝없이 갇히더라도 두려움을 딛고 함께 연대하며 나아가는 것이죠. 2030 여성들이 주축이었던 WBC는 이제 여고생부터 5060 여성들까지 모든 세대가 함께하는 공동체로 성장했다고 합니다. 사회가 정의한 틀에서 자유로워져 내 안에 숨은 야성을 일깨우고 싶다면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세요.


현대 사회는 점차 의존과 멀어져가고 있습니다. 음식 주문은 키오스크가 대신하고, 자율 주행 기술로 무인 택시가 운영되는 세상이 도래했죠. 그럼에도 사람들은 독립적인 개인으로서 자립하기를 원했을 뿐, 완전히 홀로인 상태를 원하지는 않았을 텐데요. 최근 들어 다양한 주제의 모임과 커뮤니티가 활발히 열리는 이유 또한 이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누군가와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눌 때 우리는 더 넓어지고 또 깊어질 수 있을 테니까요.

같은 공간에 모였다가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는 일. 느슨하고도 여유로운 반복 속에서 도시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건강한 의존을 연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