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읽다, 시대를 묻다

도시를 사랑하는 전문가들이 쓴 책 3권

도시를 읽다, 시대를 묻다
Photo by Ryoji Iwata / Unsplash

도시의 모습을 읽다 보면 시대가 어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선명하게 보입니다. 도시는 발전의 대상이자, 그 발전이 극적으로 펼쳐지는 무대이기도 하거든요.

필자는 제가 속한 시대의 발전 속도, 방향, 모양을 살펴보는 방법으로 ‘도시 현상’을 해석하는 책을 종종 읽곤 하는데요. 그 중에서도 개성 있는 시선으로 시대 욕망과 선택, 가치관이 새겨진 도시의 여러 면을 살피는 책들을 모았습니다.

경제와 공학, 건축과 인문학의 언어로 도시의 발전사와 구조, 그 안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읽어내는 양질의 책들이 다수 출간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변화들에 대한 담론이 점점 확장되어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겠지요.

생활의 무대가 되는 도시를 의식하게 된 분들을 위해, 오랜 시간 애정을 담아 도시를 관찰해온 사람들의 책을 소개합니다. 누구나 이 도시에 대한 주인 의식을 가질 수 있게 가볍고 유쾌하게 쓰였죠. 각 분야 전문가들이 펼쳐 보이는 다양한 관점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고, 시대를 이해하는 통찰까지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무심한 풍경에서 재미 찾기

『도시의 보이지 않는 99%』

이미지 출처: 어크로스

거대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으신가요? 걸음을 늦추고 출근길 풍경을 둘러보신 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바쁜 거리와 반복되는 도로 위의 사물들은 대개 배경처럼 스쳐 지나가기 마련인데요.『도시의 보이지 않는 99%』는 그 무심히 지나친 풍경에 이야기를 입혀 주는 책입니다.

이 책은 누적 다운로드 5억 건을 기록한 팟캐스트 〈보이지 않는 99%〉의 내용을 엮었습니다. 신호등, 맨홀 뚜껑, 벤치처럼 매일 마주치지만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요소들의 기원과 의미를 흥미롭게 풀어냅니다. 저자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도시 지식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하며, 도시를 구성하는 사소한 것들이야말로 거대한 메트로폴리스의 정체성을 드러낸다고 이야기합니다.

비둘기들은 어쩌다 도시의 쥐같은 존재가 된 걸까요? 강풍이 불면 건물이 소리를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 세계 도시를 오가며 풀어내는 사례 덕분에 책장을 넘기다 보면 도보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도 듭니다. 내가 딛고 서 있는 공간, 이 도시를 보다 친숙하게 여기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오늘 걸었던 서울 풍경 파헤치기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이미지 출처: 을유문화사

건축가 유현준 교수가 도시를 하나의 유기체로 바라보며 풀어낸 교양서입니다.

교보문고 앞에 가면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라는 유명한 문구가 적혀 있는데요, 저자도 사람과 도시의 관계를 비슷하게 바라봅니다. 우리가 사는 도시는 유기체라고요. 건축 디자이너의 손을 떠나 사람들이 모여들고 생활하는 동안 도시는 진화하기 시작합니다. 도시가 기획된 방식에 맞춰 그 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도 변하고,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방식에 맞게 도시도 변화무쌍하게 발전하죠. 저자는 그런 도시의 면면을 담은 건축물과 공간을 문화적 DNA의 집합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한 시대의 정치, 경제, 기술, 가치관이 공간에 스며들어 있다는 것이지요. 건축을 이해하면 그 배경에 놓인 사회 구조까지 함께 읽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우리의 터전인 ‘한국의 도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데요. 구불구불한 강북의 걷고 싶은 거리와 그렇지 않은 테헤란로의 차이, 현대 도시의 구획이 드러내는 시대의 욕망, 과거와 현재의 변화 속에서 엿볼 수 있는 인류 가치관의 변화 등을 설명합니다. 분명 건축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풍부한 문화적 지식을 얻을 뿐 아니라 미래 세대까지 이어지게 될 고민 담론에 어느덧 함께 동참하게 됩니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넘나드는 알쓸신잡 이야기에 푹 빠져보세요.


도시가 변화무쌍하게 발전하는 과정

『도시의 진화 변화의 기술』

이미지 출처: 시티폴리오

도시 변화와 부동산 개발은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모리빌딩에서 시작해 30년 가까이 일본 도시개발, 타운 매니지먼트 현장에 있었던 디벨로퍼입니다. 도쿄의 친숙한 도심부터 교외까지, 익숙한 동네부터 잊혀진 지역까지 저자가 직접 발로 뛰며 경험한 현장 이야기들을 눌러 담고 있는 책인데요. 도시 개발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개발지에 대한 개요나 정책부터 시작해 각 지역이 품은 저마다의 역사와 사람 이야기를 애정어린 시선으로 풀어놓습니다.

이렇게 도시 현상을 해석하는 책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미래를 생각해보게 만드는 것입니다. 고정관념과는 달리 부동산 디벨로퍼들은 단순히 물질적인 시선으로만 도시 현상을 바라보지는 않습니다. 기존 지역 주민이나 배경이 되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새로운 로컬 라이프를 만들어가는 방법을 기획하며, 눈에 보이는 입면과 스카이라인을 넘어 도시의 운영 체계를 설계하죠. 도시를 ‘짓는’ 존재가 아니라 ‘진화시키고 , 운영하는’ 사람들입니다.

메트로폴리탄이 숨 쉬는 모습을 도쿄라는 사례로 보여드리는 것도 있지만, 도시 개발을 업으로 삼은 사람이 도시를 바라보는 관점을 간접 경험하는 데서 얻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인문학적이지만도, 그렇다고 속물적이지만도 않은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도시를 바라보는 풍요롭고도 현실적인 시선을 맘껏 느껴 보세요.


도시 발전을 바라보는 여러 시선을 모아봤습니다. 유쾌한 팟캐스트 진행자부터 건축가, 부동산 디벨로퍼까지 ‘도시’하면 바로 떠올릴 수 있는 분야에서 업을 이어가는 사람들이죠. 뉴욕, 도쿄, 서울 등 여러 도시가 품은 이야기들을 저마다의 관점으로 풀어놓으며 흥미를 끌어내고 있지만, 모두 같은 목소리로 독자들에게 부탁합니다. 도시는 유기체와 같아서 우리가 어떻게 만들어가느냐에 따라 그 가치와 가능성이 달라지니, 도시에 대한 담론이 더 적극적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요.

도시 현상을 읽는 일은 우리가 어떤 시대를 살고 있고, 어떤 방향을 향해 가고 있는지 묻는 일이기도 합니다. 오늘 발 딛고 선 공간을 조금 더 오래 바라보는 것. 그 사소한 관찰로 미래를 고민하는 첫 걸음을 떼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