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력표본

안경수 개인전

부력표본
<부력표본>, 안경수 개인전, 프라이머리프랙틱, 2025.04.25 - 06.14 / 허우적, 120 x 120cm, acrylic on canvas, 2025 | 이미지_양승규

Buoyancy
부력표본

안경수 AN Gyungu

25, April, - 14, June, 2025


Primary Practice

시작을 알리기에 적당한 밧줄이었다. 마침내 그것을 찾아냈고 그렇게 나는 이치에 조금 밝은 사람이 되었다. 전보다 의식의 층고는 높아졌다. 체형에 비해 긴 팔을 가진 이가 아무리 애쓰더라도 위로 달아난 천장에 손끝을 댈 수는 없고. 그가 처한 상대적 계절에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내정자가 있는 요직에 신물 난 자의 성격이 불콰해진 건 불볕더위와 관계가 있을까. 소매 없는 복장이 전염병처럼 번지는 요즘에 예의 밧줄을 쥐는 것만으로도 선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은 어떤 바람보다 선선하고, 필요에 따라 추위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전체의 상은 아직 유지되지만, 부분 부분 각자의 폐허를 기록하고 있는, 동시에 누군가에 의해 기록되는 사물들이 상류에서 하류로 쓸려 내려갔다. 이는 유효한 이동으로 아직도 계속되고 있을 터다. 가끔 흐름이 역행해 일상에 경보가 울릴만한 범람이 발생하지만, 그것은 한 가닥 터럭으로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

적절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무엇에 알맞은 이들인지, 모인 곳이 구체적으로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그저 그들이 괴어들었다는 것. 이 사실만이 번듯한 직장을 과시했다. 하루를 벌어 이틀을 먹고 사는 처지가 황무지로 돌아간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다. 건조한 인상의 무리가 자립하고 화를 일으키며 서서히 처음을 장식한다. 검은 포말이 풀무에 부딪쳤다.모두가 공유함으로써 일종의 평화로 삼은 가치는 누구나 불안하다는 것이었다. 대상을 막론하고 적잖이 불안했다. 시끄러운 주변이 독이 되거나 득이 되던 비일상의 면모에도 몸이나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바닥이 보이지 않는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다 보면 당장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과 한편으론 공간을 점유한 채 모자람 없이 부유하고 있다는 감각을 느끼게 되었다. 이는 차디찬 벌판에 대한 구명이자 아무도 부르지 않은 구호인지도. 불현듯 흔들리는 청승에 맡긴 몸에 엷은 색이 들었다.

강의 흐름은 누구의 의지로 변환할 수 있는 걸까. 강둑 근처에서 그는 생각했다. 강한 바람이 불어와 옷자락을 흔들어도 한 번 골똘한 생각은 미동조차 없었다. 차 안에서 변변치 않게 해결한 식사는 내용물보다 포장이 부실한 덩어리였으며, 뭉개진 발음을 한 번에 삼키는 듯한 맛이었다. 우울한 하루가 연장된다면, 조건 없이 이와 같을 터다.강바닥에 웅크리고 있는 바윗돌은 한때 빛을 뿜었던 손전등과 거리를 벌린다. 필연적으로 그곳에 인 소용돌이가 이를 진귀하게 바라보는데 이 순간만큼은 무념의 위상이 치솟는다. 허황된 꿈과 바람이 일국의 왕 노릇 할 때 그 둘은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는 정물로서 존재한다. 짐작이 엷게 드리운 의식에 좌초된 이성이 있고 그 밑으로 뻗은 한나절의 둥근 면이 붕괴하듯 번진다.강가에 핀 표류의 발장구는 언뜻 보면 부표의 헤엄과 같다.

밤이 얼었다. 매섭고도 아득한 밤이 꽁꽁 언 것이다. 아침의 도래는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의 채무 이행 같아서 점점 미적지근하게 뒷걸음질한다. 몸에 걸친 등장을 벗고 불길한 구덩이를 파 그 아래로 천착하듯 떨어지는 꼭두각시가 사실 우두머리였다는 소식을 전해도 그 걸음을 멈출 수 없을 터다.대낮의 밝음이 송두리째 나에게 주어지는 상황을 상정한다. 그 속에 줄줄이 맺힌 기대가 부풀어 터지기 직전까지의 시간 동안만 앞선 가정을 유지하고, 결빙된 밤으로 돌아온다. 현실은 지독하면서도 붉다.“그 상황에서 단지 주변이 보일 뿐. 그 이상의 것을 기대할 수 없었다.” 이 말은 새벽을 향해 반달음한다.조각 난 화로에 온전한 형태의 불씨가 고였다. 양손으로 이를 떠올리면 밤 일부가 꽉 잡고 있던 자신을 놓쳐 그것의 형태가 사그라들까. 사심 없이 보낸 서신에 공적인 안부가 성행한다. 커다란 유행에 뒤따른 감정은 모로 보나 허탈함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