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LLSY MANNER
문유소 개인전

MOON
YOOSO
BALLSY
MANNER
2025.5.9.
- 5.25
RAINBOWCUBE
웃음을 짓는 사내 밑으로 지면이 갈라지더니 벌어진 틈 사이로 우후죽순 기둥이 솟았다(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돋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누군가는 현학적인 시기를 보내는 중이었고, 말수는 번창하다가도 예기치 못한 시류에 휩쓸려 결국 벽만 두드렸다. 둔탁한 소리가 들린다. 예의 기둥으로 이루어진 수풀이 토한 울음인 듯하다. 이제 막 무리를 구성한 기둥들은 아직 관념적인 단계로 나아가지 못한 채 형태가 존재하는 대상들을 답습해 갔다. 구부러진 가로등이나 반쯤 벗겨진 횡단보도의 외형과는 걸음을 나란히 했지만, 그 속에 자리 잡은 허무라든지, 철 지난 혼돈 같은 것은 따라잡지 못했다. 지루함 역시 형태가 없기는 매한가지였다. 시간은 타인의 모래주머니처럼 존재했다.
다가갈수록 멀어지는 관계 일습에 나는 학을 뗀 지 오래다. 생활 반경은 정확히 네 부분으로 나뉘어졌고, 각각에 호수를 잘라 만든 듯한 도형들이 배치되어 있다. 그것들 전부 속이 다 비친다.
한때 오두막이 있던 자리에 부재가 들어섰다. 공터는 유약한 심성과 낮은 자세를 항상 돌이켜 생각하며 적막한 오후를 보내는지도 모른다. 땅에 깊게 파인 자국은 그곳에 장대가 있었음을 드러내고, 당시의 정경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서 있는 위치에 따라 벌판이 다르게 보인다. 의도는 없지만, 그 대신 다분한 의식으로 반쯤 투명한 담장을 넘는다. 첨탑의 꼬리에 근접한 느낌이 입가에 자욱하게 퍼질 때 소리로서 공중을 비약한 비명이 미끄러운 비탈을 눈앞에 두었다. 오전에 불현듯 느끼는 추위나 한밤의 더러움 같은 것에 이젠 싫증이나 나는 방비 없는 곳으로 간다.’
누군가의 지독한 수기에 눈이 돌아갔지만, 평형에 대한 감각은 이를 저지했으며 색다른 의표로 횡적 관심을 억제했다. 하릴없이 오막으로 뛰어 들어갔던 왜곡은 빼어난 자질을 자정에 기록했다.


균형-운명, 2025, Oil on canvas, 130.3 x 193.9cm / 우연의 일치, 2025, Oil on canvas, 130.3 x 193.9cm / 고통, 2025, Oil on canvas, 162.2 x 130.3cm | 이미지_양승규
쥐어뜯은 머리칼이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눈앞은 흐리다가도 맑았다. 면전은 그렇게 정착하지 못한 채로 어수선한 질서를 황급히 그러모으는 중이었다. 나이 꽤 먹은 책이 불필요한 먼지를 토하고 저 멀리 이주한 생각에 감각적인 다리를 놓았다. 헛수고의 방편은 수도 없는 물색. 타인을 배접하여 지은 쾌거가 둘로 나뉘어 하나는 바닥으로 남은 것은 회벽으로 이동했다.
과거는 그저 고루한 것이라며 거듭 말을 가로챈 이가 가방을 등에 둘러매자, 창문은 발화한다. 그 열기에 뻑적지근한 몸을 삼키고 대양의 의도를 갖춘 것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 될까. 그는 수더분한 인상을 채근해 못 볼 것을 보았다. 습관에서 강박을 떼어내는 일로 소박한 식사와 장식 없는 잠자리를 마련하고 이따금 취미에 바깥을 들이밀었다. 그럴 때마다 그가 속한 세상은 환경과 더불어 극도로 예민해졌으며 사사건건 의미를 무마했다. 곧 닥칠지도 모를 무감각이 판에 박은 이상으로서 사뭇 공고히 여러 가지 수를 행한다.
검은 문고리가 유독 빛나던 것을 당연히 기억하고 있다만, 처음 보는 생명체에게서 느껴진 위압감은 없었다. 그 앞에서 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누군가의 좌초된 서랍을 떠올렸다. 그것은 상념과 조응하며 공연한 감정을 불러일으켰고, 이에 대한 반향으로 시간은 얼마간 뒤뜰에 귀속되었다.
문을 기점으로 안팎이 나뉘는 구조를 덧쓰고 나는 통로를 치하했다. 그곳은 한때 지하였지만, 목적 없는 공치사를 겪는 사이 지상으로 위치가 변경되었고, 조금 아연한 기색을 초입에(보기에 따라 말미에) 내려놓았다.
이래저래 양지에 움튼 벽이 막다름을 고찰할 때 불온한 기운처럼 퍼지는 그림자란 한도 끝도 없는 장마다. 비정형에 관한 생각은 지면을 고르게 다졌다. 그 위에 홀로 선 몇 마디가 통고 섞인 바람에 나부끼며 떨림을 자아내는데, 가위 무익한 꼴이었다. 허송에도 환상적인 면모가 있다는 기록이 가문 날에 상접한다.


만나기, 2025, Oil on canvas, 162.2 x 130.3cm / 포옹, 2025, Oil on canvas, 162.2 x 130.3cm | 이미지_양승규


슈팅스타슈팅스타-Thank you for the gift box, 2019, Oil on canvas, 90.9 x 72.7cm / 뱀과 뱀의 꼬리, 2021, Oil on canvas, 45.5 x 53cm | 이미지_양승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