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으로 보게 된 미술 시점

이전과 다른 시점으로 보게 된 한국 작가 작품들

아시아인으로 보게 된 미술 시점

싱가포르로 전시를 보러 가서 느낀 점이 바로 '아시아인으로 보게 된 미술 시점'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로 미술관, 갤러리에서 보았기 때문에 내가 보는 시각이 고정화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작품의 캡션을 보면서 놀랐던 점은 작가들이 동남아시아 출신 작가들이 많다는 게 첫 번째이고 한국 작가들도 많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내가 편협한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미술 전공자도 아니고 미술 감상을 하러 다닌 지 이제 몇 년 되지 않았기 때문에 모르는 부분이 많겠지만 유럽에서 보고 느낀 것과는 다른 그것입니다.

오래전 유럽 여행을 가서 본 미술 전시는 중고등학교 때 미술, 역사 시간에 배운 걸 토대로 보기에 무리가 없었고 좀 더 역사적으로 해석을 하며 보는 것이기 때문에 서울에서 감상하는 방법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싱가포르에서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 출신의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서 국가적 특징들이 보이기도 했지만 다문화 국가인 싱가포르에서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자국의 미술 시장에 영향을 주고 세계적으로 뻗어나가는 작가들의 창의성이 남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세계 미술계가 오랫동안 서구 중심으로 형성되어 온 시각으로 봐 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서울에서 전시를 보면(여기서 한국 작가는 제외하고 말 하겠다) 아시아계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 볼 기회가 없었던 건 사실입니다.

내가 봤던 아시아 출신 작가들의 작품적 특징은 자신의 문화, 역사, 정체성, 식민 경험을 바탕으로 표현한 작품들이 많았는데 단순히 '동양적 소재'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고 표현의 주체가 아시아인이 되어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드러낸 점이 무언가 다르게 다가왔을 수도 있니다.

또 하나는 단순히 지리적 위치의 아시아의 시점이 아니라 세계를 감각하는 방법이며 관계적 미술, 순환적 사고, 다층적 시간성을 보여줌으로써 누구와 연결이 되는지 어디서 말하는지가 중요해집니다.

그런 점에서 현재 싱가포르에서 활동하는 많은 한국 작가들을 보면 자신의 예술을 이러한 의미로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요즘은 미술 시장에서 중요한 아시아 도시들 간의 작가, 큐레이터 네트워크가 활발해서 어느 국가, 도시에서도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게 되었고 한국인 입장에서 반갑기도 하다. 서울에서도 이러한 아시아 출신 작가들의 작품 전시를 자주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