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Empty Bed Isn't Empty.

장다은, 이안 하, 서지원

An Empty Bed Isn't Empty.
An Empty Bed Isn't Empty, 상히읗, 2026.01.30 - 03.07, 이미지_양승규
이안 하, not as yet, 2026, 장지 위에 실크스크린, 채색, 210 x 147cm, 이미지_양승규

검은 숨은 제자리를 찾아도 여전히 탁했다. 그것의 의중은 단번에 선명해진 후 주변의 어떤 안개도 허용하지 않았으니, 이는 지나친 낭비나 얄궂은 삼킴이라고 종종 묘사되었다.
혼탁한 구덩이에 낡은 진주알이 떨어져 운다. 울먹임은 도돌이표 짐승의 먹이다.
'스쳐 지나가며 보아도 저 가지는 부르텄다. 타고난 무언의 양상을 바란다.' 이 생각과 함께 적막한 대양 위에 뜬 부표는 고향을 찾아간다.
느린 걸음이 충분히 위협적일 때가 있다. 혼란한 지금은 그때가 아니기에, 나는 별 생각하지 않고 변두리를 품 밖에 내놓는다.
숭고한 대상을 흉하지 않게 하는 것은 어느 논고일 터인데, 그것에 대한 의식적 접근은 의도를 잃곤 한다.

이안 하, 돌고 돌, 2026, 장지 위에 실크스크린, 채색, 210 x 147cm, 이미지_양승규

이동을 즐겨 하는가. 느닷없기는 해도 섣부르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이 질문의 위상은 내가 모르는 사이 까마득히 높아졌다고 한다. 노파심에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니지만, 전혀 그렇게 생각되지 않는다.
익숙한 거리와 낯선 풍경을 역학적으로 다루려고 했다. 하나, 심적으로 부담이 가중되는 탓에 결국 그러지 못했다. 만약 그 반대가 되었다면 내겐 살펴 걷는 그림자가 있었을 터다.
호텔 로비에서 번듯한 직장들을 바라보며 수더분하게 물 한 잔 마시는 것. 열대 기후가 가만히 있는 나를 건드린다. 나는 곧 큰 다리를 건너게 될지도 모른다.
'나는 말도 안 되는 한숨을 겪고 있다' 희끄무레한 오후에 적은 글자가 온 세상을 휘감으려는 듯 굴었다. 그것은 버선발로 나와도 늦다.

서지원, N U D E, 2026, 자카드 천, 흑채, 압정과 1960년대 필름, 140 x 60cm, 이미지_양승

되도록 멀리 나아가길 바라나, 이 바람은 한때의 유행이자 어쩌면 되먹지 못한 마음인지도 모른다.
저것은 분명 내가 지핀 불인데, 그 불꽃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는 나는 단적으로 작은 화단이다. 둥근 틀에 박힌 외면은 사건의 외연으로 지금과 앞으로의 나에게 여김을 받으며 자란다. 이는 막힘 없는 성장이 되어 분수에 넘친 자격과 반복된 못마땅함을 내버려두었다.
자름의 방식은 굵은 마디의 덫. 의표를 표한 하늘이 낮다.
적응할 만하면 다른 곳으로 보내지는 이의 억양은 장맛비와 같다. 그의 말은 줄곧 내리고, 이를 겪게 된다면 언젠가 거창한 속내를 저도 모르게 밖으로 쏟아낼지도.

서지원, Pattern, 2026, 스웨이드 위에 안료, 유화, 각 20 x 20cm, 이미지_양승

서두르는 사이 저녁은 저물었다. 알 수 없는 기분을 자아내는 표상도 어두워져 홀로 남은 상황은 더 가중되었다. 그렇다고 이것이 악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게 더 편하겠다는 판단도 슬쩍 고개 드는 것을 보니 확언은 서서히 옅어질 준비에 들 터다. 조만간 허수는 양껏 범람이겠다.
종이의 양면과 책상의 단면, 사흘 만에 해가 뜬 하늘. 나더러 어떻게 하라는지 도무지 짐작조차 가지 않던 때가 낡은 수레에 의하여 좀먹는다. 비교적 한산한 화살이 정처를 숨기려는 듯한 눈으로 이를 응시하며 그동안 응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떠올린다. 그 둘은 평행과 나열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순조롭던 잠식은 곧 지나리라 예상되는 정체를 맞는다. 한낱 걱정은 가정까지 이루었다.

장다은, Wall and Name 3, 2026, 나무 위에 수채화, 한지, 아교, 4 x 100 x 2.4cm, 이미지_양승

그는 실제로 머리에 뿔이 났다. 그것의 외형은 그저 뿔다웠다. 다만 특이한 점이 있다면 왠지 모르게 도톰한 담요를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어깨에 두르고 있으면 곧 기분 좋은 온기가 느껴질 것 같은 담요를.  
서글픈 장면 앞에서 그의 뿔은 사막에 버려진 비닐 혹은 플라스틱 조각이 되어 의미를 잃었다. 나는 이를 가혹하게 여겼으나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무심한 손으로 제 뿔을 두드렸을 뿐이다. 사뭇 규칙적으로.
벽돌을 쌓는 일에 일절 괴로움을 느끼지 않는다. 바라는 게 있다면 벽돌의 모양과 색이 좀 더 다양해지는 것이다. 빈번한 형태와 빛깔은 사람을 어느 정도 무겁게 하는지도 모른다. 가중된 건 인식일까, 행동일까. 우스워도 견뎌야 할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