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를 만들어 준 전시 3선
전시장을 거닐며 보낸 대학생, 졸업 시절, 그리고 지금

전시를 걸으며 보는 시간은 늘 특별합니다. 작품 앞에서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고르고, 시선과 감각을 하나하나 곱씹으며 마음을 정리하는 순간이니까요. 대학 시절 처음 전시장을 찾았을 때도 졸업 후 다시 마주한 전시에서도, 그리고 지금 다시 걸어보는 전시 공간에서도 느낀 것은 같습니다. 전시는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내면을 들여다보고 생각을 정리하게 만드는 경험이라는 점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대학생 시절, 졸업 후 그리고 현재까지 저를 성숙하게 만들어준 전시 세 곳을 소개하려 합니다. 각 시기마다 다른 시선과 감정을 담아 작품 사이를 걸으며 느낀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1. 대학 시절 – ‘서울 모던 아트 전시’ (2018년, 서울시립미술관)

대학생이었던 저는 2018년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린 서울 모던 아트 전시를 처음 찾았습니다.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회화, 설치, 영상 작품이 한 공간에 모여 있었죠. 전시장 안을 걸을 때마다 작품 하나하나가 공간과 어우러져 시선을 자연스럽게 잡아끌었습니다. 전시 구성은 시간의 흐름을 잊게 만들었고, 저는 작품 사이를 걸으며 제 생각과 감정을 관찰했죠.

특히 한 설치 작품 앞에서 잠시 멈춰 서자 재료의 질감과 색채, 작품이 만들어내는 그림자가 제 마음 속으로 스며드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때 처음 깨달았죠. 미술은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내면을 느끼고 사유하게 만드는 경험이라는 것을요. 작품 하나가 만들어낸 공간과 감각이 제 하루의 흐름과 마음까지 바꾸어 놓는 순간이었습니다.
추천 작품: 설치 작품 ‘시간의 층위’, 현대 회화 연작
관람 팁: 작품 사이를 천천히 걸으며 시선과 감각을 집중하세요. 한 작품 앞에서 잠시 멈춰, 공간과 작품의 관계를 느끼면 몰입이 시작됩니다.
2. 졸업 후 – ‘살바도르 달리전 : 상상과 현실’ (2022년,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졸업 후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저는 '살바도르 달리전 : 상상과 현실'을 찾았습니다. 전시에는 달리의 대표 회화, 드로잉, 조각 작품이 한 공간에 배치되어 있었고,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작품마다 기괴하면서도 아름다운 이미지가 담겨 있었고, 유머와 긴장이 동시에 느껴졌죠.

가까이 다가가 붓질과 선, 조형의 왜곡된 형태를 살피며 작품과 마음이 맞닿는 순간을 느꼈습니다. 멀리서 작품 전체를 바라볼 때는 공간 안에서 시선과 생각이 자유롭게 움직이며 달리의 상상력이 제 안으로 스며드는 듯했습니다. 이 전시는 단순히 그림을 보는 시간이 아니라 제 상상력과 현실을 동시에 깨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작품 사이를 걸으며 제 감각과 마음을 다시 확인하는 경험이었죠.
추천 작품: ‘기억과 꿈의 교차’ 시리즈, ‘시간의 초상’ 회화
관람 팁: 작품과 작품 사이를 걸으며 시선의 거리와 각도를 바꿔 관찰하면 달리의 의도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3. 현재 – ‘이불: 1998년부터 현재까지’ (2025년, 리움 삼성미술관)

2025년 저는 리움 삼성미술관에서 열린 이불 전시를 찾았습니다. 이 전시는 설치, 회화, 영상 작품이 한 공간 안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개인과 사회, 기억과 역사, 경험의 층위를 탐구하도록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전시장 안을 걸으며, 과거 사건과 현재 감정, 제 안의 기억이 겹쳐지는 순간을 경험했습니다. 한 설치 작품 앞에서 멈춰 서자 작품이 만든 공간과 움직임이 제 감각과 맞닿았죠. 영상 작품은 사회적 사건과 개인적 기억을 함께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제가 이전에는 놓쳤던 삶의 층위를 성찰하게 만들었죠. 전시를 걸으며 느낀 감정은 성숙이 완결된 상태가 아니라, 흔들리고 불완전한 과정 속에서 조금씩 쌓이는 것임을 다시 일깨워주었습니다.
추천 작품: 설치 작품 ‘기억의 조각’, 사회적 사건을 재해석한 영상
관람 팁: 작품 사이를 충분히 걸으며 공간의 흐름과 메시지를 함께 느끼면, 전시가 전달하는 감각과 의미를 온전히 체험할 수 있습니다.
대학 시절의 호기심과 혼란 졸업 후의 상상력과 창의성 그리고 현재의 성찰까지요. 세 번의 전시는 각 시기마다 저에게 꼭 필요한 메시지를 전해주었고 저를 조금씩 성숙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작품 사이를 걸으며 느낀 감정과 생각은 시선과 마음을 확장시켜 주었고 세상을 바라보는 제 시각도 넓어졌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걸으며 보고 느끼며 나를 성숙하게 만드는 전시들을 찾아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