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인간이 되고 싶은 강박을 지닌 사람들에게

현대인이 지닌 문제를 살펴보는 책 2선

완벽한 인간이 되고 싶은 강박을 지닌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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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균형을 추구합니다. 식단 조절과 운동으로 건강을 바라고, 일과 여가시간의 밸런스를 꿈꿉니다. 이러한 ‘균형 잡힌 삶’을 목표로 마음을 다잡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달리는 과정에서 지치고 버거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과연 완벽한 균형이 가능하기나 한 것인지 물음표가 떠오르죠. 여러분은 균형에 도달하고 싶다는 마음을 넘어 반드시 도달해야만 한다는 강박을 느낀 적이 있나요? 그 균형이 사회적인 기준에 꼭 들어맞는 모습, 주위 사람들이 칭찬하고 인정하는 모습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필자 또한 내면 깊이 존재하는 압박감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바로 현대 사회 속 개인의 삶을 말한 이 책들을 통해서죠. 오늘은 잠시 달리기를 멈추고 책을 통해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요?

긍정성 과잉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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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마다 그 시대에 고유한 주요 질병이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현대사회에 대한 통찰력이 돋보이는 책 『피로사회』는 이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독일에서 철학과 문학, 신학을 공부한 저자 한병철은 오늘날을 ‘신경성 질환’의 시대로 규정합니다. 과거에는 흑사병과 같이 전염성 바이러스가 대표적이었다면 현대는 우울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같은 신경증적 질병이 특징적이라는 것이죠. 

저자는 이러한 질병이 발생하고, 치명적인 위험을 지니게 된 이유로 긍정성의 과잉을 꼽습니다. 과거 규율이 강조되는 사회에서는 규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부정성과 강제성이 바탕이 되었습니다. 반면 현대의 성과사회가 시작되면서 부정성은 사라지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긍정성이 떠올랐습니다. 말만 들으면 누구나 꿈을 찾아 노력할 수 있는, 개인의 자유가 보장된 사회가 비로소 찾아온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성과와 목표 달성에 대한 압박감으로 스스로를 탈진할 때까지 채찍질하는 사회가 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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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저자는 이러한 자기 착취가 효율적이라고 표현합니다. 현대인은 스스로를 착취하면서 동시에 착취 당합니다. 개인이 자기 자신을 착취하는 방식은 외부의 감시자, 타인이 가하는 압박보다 훨씬 효율적이죠. 게다가 언뜻 보기에 각자 자유롭게 선택한 것처럼 보이기에 더 큰 힘을 발휘합니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피로, 탈진, 우울감을 느끼며 고통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피로사회』가 지적한 자기 착취는 나를 위한 노력이라 생각했던 시간들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더 건강하고 좋은 몸을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 운동하고 식단을 조절했던 시간. 더 좋은 학교와 직장을 위해, 지식을 쌓기 위해 밤을 새워 공부 했던 날들. 균형 잡힌 일상과 이상적인 모습을 위해 노력하는 건 오늘을 살아갈 원동력이 됩니다. 하지만 너무 과한 압박 속에 나를 소진시키며 쉴 틈 없이 달리진 않았는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흔히 하는 말처럼 모두 다 행복하기 위해 하는 일이니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 ‘행복’에 대해서도 익숙한 통념과 전혀 다른 이야기를 풀어낸 사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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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행복’이 진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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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더 많이, 더 길게 행복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삶의 목표를 물을 때, 행복이라고 답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렇듯 행복은 누구나 자주 사용하는 익숙한 말이기도 한데요. 『해피크라시』 속 저자는 행복이 과연 우리 스스로 추구하는 목표인지, 우리에게 긍정적으로만 작용하는지 질문합니다. 정치, 사회, 상업적으로 의도를 가진 이들이 자신을 지지하고, 따라 하고, 소비하길 위해 행복을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점을 이야기합니다.

 『해피크라시』는 ‘행복을 찾아서’라는 영화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영화 속 주인공은 갖은 고난과 가난 속에서도 직업적 성공이라는 꿈을 잃지 않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가족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노숙자 쉼터까지 전전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일해 주식 중개인이 되겠다는 목표를 이룹니다.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은 영화가 성공하면서 강연자가 되어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파합니다.

 자수성가한 인물의 이야기는 감동적입니다. 불가능해 보이더라도 간절히 바라고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 이야기의 뒷편에 능력주의가 자리 잡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개인의 성공과 실패, 부와 가난을 모두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구조가 있다는 것이죠. 사회와 국가적 차원에서 접근이 필요한 복잡한 문제를 개인이 해결하도록 방치하는 상황을 행복학과 연관 지어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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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행복은 이제 중요한 양적 기준이 되었음을 말합니다. 행복이 측정하고 수치화하여 비교할 수 있는 지표가 된 것이죠. 이 숫자를 기반으로 정치 지도자들은 정책을 집행하며 사람들을 공통의 목표로 이끌게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행복을 지표화한다면, 어떤 행동을 얼만큼 하는 것이 정말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요?

이처럼 정치적 목적과 뗄래야 뗄 수 없어진 행복을 시장에서 바라보면 어떨까요? 행복은 자기만족, 자기 개발, 역량 증진을 위한 소비를 조장하는 상품의 일종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정서적인 만족감을 넘어서 최대치의 행복을 위해 다양한 상품을 끊임없이 소비하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일상의 즐거움을 위해 행복을 추구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사회 구조적인 문제와 행복의 진정한 의미를 되돌아본다면, 내가 진정 바라는 삶의 어떤 것일지 찾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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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육각형 인간이란 말을 접하곤 합니다. 모든 분야에서 적당 선 이상으로 뛰어난, 이상적인 인간상을 말하죠. 어렸을 적 공부도, 운동도, 미술도 잘하고 외모와 경제적 배경도 좋아서 눈에 띄던 친구들이 떠오릅니다. 그 모습에 가까워지고 싶어서 많은 시간을 쏟으며 육각형이 되기 위해 노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늘 이 책들을 만나고 나니 그 바람이 과연 내 안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완전한 인간상을 만들어 그대로 따라 하기를 강요하는 사회가 심은 생각은 아닐까요? 나의 행복과 건강, 더 좋은 모습을 꿈꾸는 건 분명 좋은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 힘이 너무 강해 나를 누르지는 않는지, 그 이상적인 모습 안에 숨은 억압과 착취가 있진 않은 지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